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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닐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위니아전자'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날짜 맞춰서 월급 주는 걸 감사해라. 월급만 제때 줘도 좋은 회사다."

사회 초년생 때 한 회사에서 들은 말이다. 당시 한 신입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자 한 상사가 이같이 말했다. 해당 상사는 회사를 두둔하려는 의도였지만, 신입은 물론 기존에 다니던 직원들까지 함께 분노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일을 했으면 월급을 받는 게 당연한데, 요즘 세상에 그걸 장점으로 내세우는 게 말이 되냐", "노동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된 회사가 있다. 위니아전자는 지난해 7~8월 월급을 뒤늦게 지급한 데 이어 9월부터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유위니아타워 종합R&D센터 전경 [사진=대유위니아그룹]
대유위니아타워 종합R&D센터 전경 [사진=대유위니아그룹]

위니아전자는 최근 사측과 노측이 자리한 가운데 경영설명회를 열고, 임금 지급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밀린 9~12월분 월급을 올해 9월부터 내년 1분기까지 나눠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밀린 월급을 1년을 넘겨야 모두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위니아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급여를 100%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3월에 급여 50%를 주고, 나머지 50%는 내년 2분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 급여 역시 1년이 지나야 모두 받을 수 있다.

현재 위니아전자는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퇴직금도 주지 못하고 있다. 회사를 버티고 다녀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도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위니아전자 실적은 지난 2019년 4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2020년 26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회복하는 듯했지만, 2021년 영업손실 175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하지만 뒤늦은 대처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회사 상황은 꽤 오랜 기간 좋지 않았는데, 사전에 대응하기보다는 월급이 수개월 밀리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듯하다.

앞서 위니아전자는 경영악화로 지난 2019년 3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이때도 퇴직금 지급이 밀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반복되는 상황에도 나아지는 것 없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루는 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위니아전자가 지난해 주지 않은 직원들의 급여는 총 36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만 검색해봐도 성과급을 더 올려달라, 임금인상률을 높여달라, 업무 시간을 줄여달라 등을 이유로 노사가 다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한켠에서 더 높은 임금과 복지를 위해 외치고 있을 때 여전히 임금과 퇴직금마저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돈이 없다"는 해명은 무책임하게만 들릴 뿐이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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