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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스 마켓' 전기차 배터리 시장…'쩐의 전쟁' 본격화


외형 확대 투자 소요 급증…완성차-배터리 합작사 봇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본격 개화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급증에 따른 관련 시장이 공급자가 주도권을 쥐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더욱 시급해진 상황에서 투자자금 소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자체 자금으로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연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의 형태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Windsor)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부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Windsor)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부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16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는 유럽 지역 생산 거점으로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합작 공장 파트너로 기존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포드는 SK온, 튀르키예 기업 코치(KOC)와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총 4조원을 투입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오는 2025년부터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SK온이 자금조달 등에 난항을 겪으며 이후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이미 포드와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의 공장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다. 여기에 2024년 양산 예정인 중국과 헝가리 공장 투자에도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SK온은 지난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통해 4조원을 외부 유치하려 했지만, 8천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유상증자에 2조원을 출자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투자할 곳은 많은데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포드와의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해외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가 급한 포드는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었다. 회사 측은 "포드와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포드와의 협력을 강화해 온 만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포드의 요청에 따라 폴란드 공장 배터리 생산라인 규모를 기존 2배로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포드가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의 파트너사 변경을 검토하면서까지 현지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도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가장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업체들을 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생산 규모에 따라 투자 소요 자금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배터리 공장 1곳을 짓는 데에는 1조5천억~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업체 모두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비용을 아끼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윈-윈' 전략의 일환으로 합작사 설립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일본 혼다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 'L-H배터리(L-H Battery Company)'를 공식 설립했다. L-H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첫 전략적 협력 사례다.

양사는 총 44억 달러(약 5조4천2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오하이오주 제퍼슨빌 인근에 연간 생산능력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 시험 생산 등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L-H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현금출자를 통해 지분 51%를, 혼다가 나머지 49%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에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북미 생산 능력을 올해 13GWh 규모에서 2025년 255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도 손잡고 약 4조8천억원을 투자해 캐나다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설립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 51%를, 스텔란티스가 49%를 소유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공격적으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결정하고 추진 중이지만,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10조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럼에도 워낙 투자할 곳이 많기 때문에 자금 집행에 선택적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단독 공장 설립 계획에 대해 투자 시기와 규모 등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며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SDI도 최근 BMW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헝가리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SDI는 BMW와 2021년부터 10년간 29억 유로(3조9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헝가리에 제2공장을 설립해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 BMW가 현재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 배터리 조립시설을 건립하고 있는데, 삼성SDI가 3공장을 설립해 원통형 배터리셀을 생산하면 BMW의 데브레첸 신공장에서 조립 완공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해 5월 1조6천억원을 투자해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업체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배터리 관련 주문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의 신규 사업 제안이 많은 상황이지만 이를 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금이 문제인데 대규모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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