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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는 두 번 운다'…대출 막히고 전세사기까지


임대인 '규제 완화' 속 세입자는 보증금 뜯겨도 발만 동동

[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대출이 막혀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이 거의 전 재산인 전셋돈을 떼이는 고통까지 떠안고 있다. 그러나 전세 사기꾼의 대부분이 여러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임에도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달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지만 임대사업자 규제는 풀고 임차인에겐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대책으론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 보증금은 지난 10월 1천52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달 HUG가 전세 피해 지원센터를 연 후 현재까지 접수된 것도 1천500건이 넘는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경찰청에 제공한 전세 사기 의심 정보 1만4천여 건 가운데 대부분은 다수의 주택을 소유한 민간 임대사업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빌라 수백 채를 보유하고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 모녀'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등록임대사업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종합적인 개편 방안을 검토해 연말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관련 법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에는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 신고한 '당일'이 아닌, '다음날' 발생하는 반면, 저당권 효력 발생 시점은 저당권 설정 등기가 이뤄지는 '즉시'로 명시돼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가 이사하는 당일에 저당권 등을 설정해버리면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려버린다는 뜻이다. 2020년 서울 서초 래미안퍼스티지 주택 매도자가 해당 주택에서 보증금 10억5천만원에 거주 조건으로 매매전세계약을 했는데, 매수자가 계약 당일 대부업체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최인호, 김회재 의원 등이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확정일자 효력을 앞당기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왔다. 그러나 국회는 금융권의 각종 로비 등으로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임차인 대항력을 전입신고 '즉시'로 변경 시 금융권이 대출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것이다.

전가영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차를 악용한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입신고 즉시' 임차인의 대항력이 효력을 갖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내달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을 확인하게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관련 정보를 공개했으니 세입자에게 알아서 조심하라는 차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가 급증하는 이유는 정부가 임차인을 위한 제도나 권리에 대한 검토보다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완화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앱으로 정보를 공개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을 넘어 중개사와 건물주 등 관련자들에게도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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