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내 블루칩 기업들로 구성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세그먼트)'를 출범했다. 또 세그먼트 편입기업들로 이뤄진 '코스닥 글로벌 주가지수'도 발표했다. 코스닥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세그먼트와 코스닥150 편입기업 간의 뚜렷한 차별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지수가 만들어진 것을 제외하면,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세그먼트 편입을 신청하지 않았을 뿐인데, 해당 그룹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비편입 우량 기업들이 저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세그먼트 편입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해 비편입기업들의 신청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세그먼트 편입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로 신뢰성을 높여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세그먼트 편입 사전 신청을 받아 ▲시장평가(시가총액) ▲재무실적 ▲기업지배구조 ▲회계투명성 등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지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코프로비엠·카카오게임즈 등 51개사가 세그먼트에 편입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15개사), 서비스·콘텐츠(14개사), 제약·바이오(11개사), 제조업(11개사) 등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매년 4월 초 신청을 받고, 5월 첫 영업일에 일괄 지정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은 상장사가 1천500개가 넘는 등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의 이슈가 시장 전체로 확산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기피 현상도 심화됐다. 이에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세그먼트가 도입된 것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소수 우량 기업군을 만든 점은 긍정적"이라며 "해당 세그먼트에 편입된 종목들은 향후 파생될 상품 개발에 따른 패시브 수급 효과를 비롯해 거래소의 대내외 정보 제공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어 중소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참여 유인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세그먼트 편입기업과 비편입기업 간의 뚜렷한 차별화 지점이 없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 전문가는 "세그먼트와 코스닥150과의 차이는 단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개념 하나가 더 도입됐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세그먼트가 기관투자자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그먼트 편입은 자동 편·출입이 아닌 신청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마다 세그먼트를 구성하는 종목 수가 예상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해당 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상품(ETP) 개발에도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세그먼트 편입 기업들을 섹터로 나눠보면 10종목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0종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그먼트 구성 종목이 줄어들면, 다양한 상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편입기업들이 세그먼트 편입을 희망하도록 유인책을 늘리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현재 편입된 기업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기관투자자들이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글로벌 세그먼트에 포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IR개최, 국문공시의 영문 번역 서비스, 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 면제 혜택 등이 제공된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세그먼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기업들이 세그먼트에 편입하고 싶어 할만한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령 거래소에서 세그먼트 기업들을 인증하는 부분이라면, 코스피 기업들이 거래소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공시하는 것처럼 세그먼트 기업들도 공시와 관련해 어느 정도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포트가 나올 필요도 있어 보인다"며 "거래소가 인증한 기업인데, 실상은 내부통제가 엉망일 경우 세그먼트 전체의 신뢰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편입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그먼트 기업들을 선별할 때, 단순 재무요건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기업건전성 등 정량화된 지표는 다 고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세그먼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세그먼트 편입기업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스터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해 세그먼트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