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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에 40년 롯데맨도 물러났다


현금흐름 이상기류 작년부터…한남2구역 수주 실패도 '악영향'

[아이뉴스24 김서온, 이혜진 기자] 롯데건설이 초래한 유동성 위기로 그룹의 발목을 잡으며, 결국 하석주 대표이사가 스스로 물러났다. 하 대표는 지난 1983년 롯데칠성으로 입사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과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 등을 거쳤다. 이어 지난 2017년 3월 롯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2018년 1월 사장 승진했다.

'40년 롯데맨'으로 살아온 하 대표는 유동성 위기 부담이 그룹 전반까지 확대되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스스로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 사장의 사직 처리와 후임 인선은 앞으로 열릴 이사회에서 정해질 것"이라며 "아직 이사회 시기를 확정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진=롯데건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진=롯데건설]

◆ 유동성 위기에 '자금난'…본사 사옥 볼모로 日 은행서 대규모 대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롯데건설이 본사 사옥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롯데그룹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적절한 만기나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예금과 유가증권 등 금융상품을 선택해 잉여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즈호은행에서 3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렸다. 근저당권(장래 채권을 결산기에 일정한 한도 금액까지 담보하는 것)의 채권 최고액은 대출금의 100%를 초과한 3천613억원이다.

회사는 사옥 9천950m²(약 3천평) 가운데 자사의 토지 지분 95%와 건물 177실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즈호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에 유동성 위기가 닥친 주요 원인으로 '자금 조달 어려움'이 손꼽힌다. 외부요인으로는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2천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후 부동산 PF 자금시장 경색 ▲고금리 기조에 차입금의 금리가 인상된 데 따른 자금 재조달(차환) 어려움 등이 있다. 내부요인으로는 롯데건설이 최근 정비 사업을 강화한 결과 회사채 발생에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이 거론된다.

또한, 올해 서울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따내지 못한 점도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주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사실이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실제 롯데건설은 이달 초 한남2구역 시공사 결정 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증권사가 회사채를 기초로 발행하는 '유동화회사보증(P-CBO)'에 손을 댔다. P-CBO를 통한 자금 조달은 중소기업이나 재무 건전성이 열악한 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어 롯데건설은 지난달부터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주주사에서 모두 1조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은행 2곳으로부터는 3천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하며 손을 벌리기도 했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그룹 전반 유동성 우려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이 1조1천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방식)를 결정하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자금 조달로 계열사 전반의 신용 우려가 있다"며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롯데건설 CI.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 CI. [사진=롯데건설]

◆ 롯데건설, 현금흐름 이상기류 작년부터 '감지'…올 3Q 적자 폭 확대

롯데건설의 현금흐름 이상기류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는데,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크게 악화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천2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3천693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해 1년 새 약 5천900억원 규모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다. 지난 2019년에는 2천398억원로 현금흐름을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크게 나빠졌다. 롯데건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496억원과 비교해, 한 분기 기준으로만 약 1천441억원이 감소하면서 적자 폭을 크게 키웠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흑자)로 유지되거나 전기에 비해 늘어야 회사의 현금흐름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업계와 시장에서는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더 유용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추세와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건설이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우발 채무가 6조7천억원이 넘는다"며 "해당 채무 중 1조4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이달 안에 갚아야 하는데, 이는 회사의 재정 건전성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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