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밥 먹여 주냐고요? 예술의 힘 믿어…100개 학교에 도록 후원 목표"


[아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서울이 아닌 지역들을 다니면서 미술을 접하기 힘든 아이들을 보니까 안타깝더라고요. 서울에 살면서 미술관을 쉽게 다녔던 저희와는 달랐죠. '예술이 밥 먹여 주냐'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예술의 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어요. 이를 경험했는지, 안 했는지는 확실한 차이가 있잖아요. 이 아이들에게 예술에 대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미술관 나누는 청년들'을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시절 함께 예술을 동경했던 두 명의 청년은 10여 년간 우정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미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문화 취약 지역 또는 취약 계층의 아이들에게 미술을 접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며 그 방법을 모색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조사 중인 문화취약 지역 데이터를 찾아보고 지난해부터 이들에게 도록(그림을 실어놓은 목록)을 선물하기 위해 우리나라 화가와 협업해 굿즈(기획 상품)를 판매하는 등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미술관 나누는 청년들'(이하 '미청년')을 운영하는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 2명의 청년을 만나 그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들의 시작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였다. '미술관 나누는 청년들'이라는 계정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팔로워는 4만 명에 육박한다. 하나의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저희들이 각자 다른 업을 삼고 있다 보니 '굳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덕분에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이들도 미술을 좋아하게 됐다' 같은 메시지를 받고 힘을 얻었죠. 처음엔 저희 취향 위주로 작품을 업로드했다면, 전시 소개를 요청하는 문의가 늘면서 일정 부분은 '내 눈에 봐도 어렵지 않은 전시'에 중점을 둔 게시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이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닌 지역들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다고 느낀 경험과,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취미나 꿈을 넓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데 모아졌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근현대 그림 도록을 묶은 꾸러미를 100개의 학교에 기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의 첫걸음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도록을 예술 취약 지역에 있는 학교에 후원하고 싶어요. 1900년대부터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작품들에 대한 그림과 작가 설명, 비평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록인데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죠. 100개의 학교에 기증해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하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또한 이중섭 작가의 '황소'를 보고 그 생명력에서 인생의 원동력을 찾은 것처럼,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재미를 느끼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미청년'은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목표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가, 가을께 '굿즈'를 판매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이템을 찾고, 수많은 업체들과 미팅했다. 또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비주얼 아티스트 김건주 작가 등 우리나라 신진 작가들과 일하면서 굿즈에 아트를 담아내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모든 패키지를 친환경으로 제작했다.

"저희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로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요. 작가에게 그림을 제공 받으면 그 작품과 굿즈의 어떤 지점을 연결해야 소비 욕구로 이어질 수 있을지 파악하는 데 꽤 공을 들이고 있죠. 어떤 아아이템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어떻게 디자인하고 색감을 배치해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 드는 지점이에요."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미술관 나는 청년들' 김민영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라고 하더라도 함께 작업하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100개의 학교에 도록을 후원을 하는 목표를 포기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한다"고 전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저희가 처음이라서 많은 분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만큼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프로젝트가 SNS를 통해 미술관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뜻을 모아 더 많은 아이들이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유지희 기자(y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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