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지희 기자] 경기 평택의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 근로자가 사고 당일 연인에게 과도한 업무를 토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숨진 노동자 A(23)씨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B씨와 나눈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경기 평택의 한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 근로자가 사고 당일 연인과 주고 받은 메시지.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https://image.inews24.com/v1/b38e32b9c71888.jpg)
이들의 대화 내역에 따르면 B씨가 "오늘 무슨 일 있어?"라고 묻자 A씨는 "늘 일상이야. 내가 이래서 오빠 야간 (업무) 오지 말라고 한 거. 나 혼자 일 다하는 거 들킬까 봐"라고 답했다.
또 "졸리다. 내일 거 롤치킨 대비해서 데리야끼치킨 500봉 깔 예정"이라며 "난 죽었다. 이렇게 해도 내일 300봉은 더 까야 되는 게 서럽다"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해당 내용에 대해 "참 마음이 아팠다"라며 "평소에도 일이 워낙 힘들지만 그날은 업무량도 많았고 전날 했던 물량도 밀려와서 A씨가 굉장히 힘들어 했다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15kg 통을 계속 받아서 12단으로 쌓아야 된다. 15kg 통을 계속 쌓는 걸 한두 시간도 아니고 11시간을 해야 된다"며 "그런 식으로 일을 시키면 힘들고 집중력도 떨어져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만 청소도 한다면 실질적으로 7~8분밖에 못 쉰다"며 "그날 또 (A씨가) 쉬지도 못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그 정도로 일의 강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사람답게 일하고 좀 여유도 있고 안정적으로 일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거냐. 회사에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며 "조금만 신경썼으면 그분이 이렇게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회사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 많다" 했다.
이어 "안전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 않느냐. 일의 양을 줄이고 여유를 갖게 해 준다면 사고는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는 항상 생산, 이익, 그런 것을 강요한다. 그런 것들을 중점에 두고 일을 시키니까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께 평택 내 SPL 제빵공장에서 A씨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드는 높이 1m 상당의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A씨 동료 및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는 한편 SPL 안전책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유지희 기자(y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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