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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돌본 故 이건희…267마리 안내견, 시각장애인 '희망' 됐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통해 시각장애인 삶 개선 앞장…"인식 개선 위해 노력할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말했던 '신경영 선언' 당시 '초일류 삼성' 비전을 이루기 위한 변화의 첫 걸음으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사회공헌'이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삼성]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삼성]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생전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금도 꾸준히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1993년에는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안내견학교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안내견학교 사업은 이 회장의 뜻이 컸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이 회장은 어릴적 외로움을 반려견을 기르며 달랬다. 한국에 귀국해서도 반려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이 회장은 한국이 유럽 언론으로부터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까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이 회장은 삼성 국제화지원사업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애완견연구센터를 세웠다. 이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시초였다. 세계안내견협회는 이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2002년 공로상을 수여했다.

[영상=삼성]
[영상=삼성]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시각장애인 양현봉 씨에게 안내견 '바다'를 처음 분양한 후 매년 12~15마리 정도의 안내견을 분양하고 있다. 가장 최근 파트너와 맺어진 '그루'까지 포함하면 2022년 현재까지 총 267마리를 분양했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안내견과 함께 한 시각장애인들은 대학생부터 교사, 공무원, 피아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안내견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반려견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내견학교에서는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 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1대1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이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하고, 무엇보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기간인 7~8년을 더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퍼피워킹을 앞둔 예비 안내견 [사진=삼성]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퍼피워킹을 앞둔 예비 안내견 [사진=삼성]

안내견이 소개된 초창기(1990년대 초)에는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반려견 문화도 성숙되지 않아 식당에서 출입이 거부당하거나 공공시설 출입을 제한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안내견 양성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자원봉사자 약 1천여 가정(퍼피워킹, 은퇴견 봉사, 견사 자원봉사, 번식견 홈케어)의 활동과 2012년 개정된 장애인 복지법 40조(장애인보조견에 대한 규정) 등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29년간 안내견과 함께 걸어온 길에는 안내견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는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강아지를 양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봉사 가족들은 오로지 선한 목적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현재는 퍼피워킹을 하고자 신청한 대기 가정이 110여 가정으로, 약 2년 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기꺼이 시간과 애정을 쏟겠다는 자원봉사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이 보행하는 모습 [사진=삼성]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이 보행하는 모습 [사진=삼성]

또 안내견 사업 정착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들도 지난 29년간 힘을 보탰다. 특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창기부터 우리나라에 없던 장애인 보조견 조항 신설에 적극 나섰고, 수 차례 개정을 통해 법률적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부 동물검역본부 역시 2015년 엄격한 검역기조에도 불구하고 활동안내견의 검역을 간소화는 규정을 신설해 도움을 줬다. 환경부는 201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안내견 출입 문제를 해결했다.

국회에서도 안내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법률적 보완을 위한 법안 제출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도 정부 및 지자체의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안내견 거부 사례 개선을 위한 법안 제출이 이어졌다.

이 같은 여러 도움에 힘입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내년에 개교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는 NGO와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 힘쓸 예정이다.

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이날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생애와 함께 해 온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안내견과 은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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