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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직 제안도 고사…유소년에 진심인 윤봉우


배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 '이츠발리' 설립…안정보다는 도전 택해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길을 걷는 탄탄대로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안정적이지 않은 선택에 무모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잖았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럴 자신도 있었다. 풀뿌리 스포츠를 위해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한 이츠발리 윤봉우 대표의 얘기다.

배구 꿈나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 [사진=송대성 기자]
배구 꿈나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 [사진=송대성 기자]

윤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실업리그 시절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해 V리그 출범 이후에도 16시즌을 소화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V리그 통산 449경기에서 90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 4위에 올라있는 레전드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로 출전해 대한민국의 배구 종목 2연패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5년 현대캐피탈에서 플레잉코치로 전향해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6-17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으며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도전은 계속됐다. 2020-21시즌 V리그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일본 무대에 진출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앞서 1988년 강만수 전 감독이 일본에서 활약한 바 있지만 V리그 출범 이후로는 윤 대표가 유일하다.

일본 생활을 마친 윤 대표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력했던 것이 프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실제 여러 팀이 코치직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그러나 윤 대표는 이를 정중히 고사하고 배구 꿈나무 육성에 힘을 쏟기로 했다. 대한민국 배구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간이 되는 유소년 육성이 필연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가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활약하던 모습 [사진=나고야 울프독스 인스타그램 캡처]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가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활약하던 모습 [사진=나고야 울프독스 인스타그램 캡처]

윤 대표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일본 팀은 프로 선수를 지도하는 수석 코치가 구단 산하 유소년팀도 지도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로와 유소년의 훈련 시간은 분리돼 있지만 지도자는 일원화 되어 있는 일본의 시스템이 윤 대표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 대표는 국내로 돌아와 국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것들은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유소년 환경 구축에 나서다 보니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다른 프로 종목들의 유소년 육성 사례도 찾아보며 밤낮을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출범 1년 만에 유소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정도로 제법 규모도 키웠다.

윤 대표는 "혼자서 시작했을 때 어려움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 길을 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라며 "주변에서 코치 권유도 많았지만 내가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소년들을 보면서 윤 대표 역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특히 자신이 지도한 제자들이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한 '2022 홍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에 출전한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윤 대표는 "아이들이 유소년 대회에 출전해 뛰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 몇몇 선수는 엘리트로 전향도 했다"라며 "만약 이들 중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유소년 육성을 통해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유소년 육성을 통해 윤봉우 이츠발리 대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배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배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배구 인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 구단이 운영하는 클럽팀만으로는 배구 인구를 모두 품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외연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윤 대표는 "배구는 아직 농구나 축구처럼 유소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프로팀을 중심으로 유소년팀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라며 "자연스러운 저변 확대를 통해 선수들 역시 은퇴 이후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배구 종목은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구단 입장에서는 유소년팀을 많이 운영하는 게 재정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배구를 위해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포=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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