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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를까"…번번이 '특사' 실패한 이재용, 긍정 여론 속 삼성 '침묵'


'광복절 특사' 두고 경제단체·종교계 등 곳곳서 건의…12일 대상자 발표에 '주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 때마다 언급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이 될 '광복절 특사' 명단에 오를 수 있을 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번 기대감을 높이다가 이 부회장이 포함되지 않은 명단 발표 후 좌절했던 삼성은 이번엔 '침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께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심사한다. 사면 대상자는 이르면 12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달 29일자로 형기가 만료됐으나, 앞으로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 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이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회장'이 되려면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난 상태로, 다시 이사회 멤버인 사내이사 직을 얻는 것은 사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이후 가능하다.

형의 집행이 면제되는 특별사면에 포함되면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에서 풀려 경영에 전면 복귀할 수 있게 된다. 특별사면은 형 선고의 효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통상 복권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별사면과 복권 대상자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후보를 추리고, 법무부 장관이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된 후 특별사면이 언급될 때마다 항상 대상자로 거론됐으나, 문재인 정부 체제에선 번번이 실패했다.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었고, 경제계와 정·재계, 종교계 등에서도 건의했지만 사면은 불발됐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은 지난 4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사면을 기대하며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삼성 측은 매번 특사 대상자 명단 발표를 앞두고 기부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등 기대감을 높이다 번번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이 부회장의 특사 대상자 포함 가능성은 한껏 높아진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내외 여론도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또 한 번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건의하기로 하기로 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에 올해 8·15 특별사면 대상 기업인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특별사면 건의 대상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6월 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기업인들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최근 호소문을 통해 "지금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해 경제인들의 특별사면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인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래도 지금 경제가 어렵다 보니 좀 더 풀어줘서 활동 범위를 더 넓게,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세 돌파를 위해 첫 사면권 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 장기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을 사면해 경제 활력를 위한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에 대한 대내외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에 대한 대내외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종교계도 한 목소리로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과 정치인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했다. 종지협에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한국사회 대표적인 7개 종교 수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사에 대한 국민의 여론 역시 우호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달 25~27일 3일간 성인 1천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하는 의견은 77%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알앤써치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뉴스핌 의뢰, 지난달 16~18일 전국 성인 1천25명 대상)도 이 부회장의 특사와 관련해 '찬성'이 68%, '반대'는 28.4%로 집계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8·15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본격적인 숙고에 들어간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한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의 사면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 총리는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추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인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정치적 해석과 별론으로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국민 통합이나 경제 활력 회복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함께 나서자는 취지로 경제인 사면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최근 경찰이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규정 위반 고발 건을 무혐의 결론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월 시민단체로부터 취업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불송치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들어 취업제한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건에 대해 이번에 사면을 받더라도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은 계속 받아야 한다. 법조계에선 이 재판이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리스크 굴레에 갇혀 있는 셈이다.

다만 재계에선 이번에 특별사면이 이뤄지면 이르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사면에 대한 지지 언급이 이 부회장이 곧 경영 복귀와 회장 승진을 준비한다는 신호로도 전달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이 이번에 더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도 다음달 10일까지 법정 휴정기를 맞아 약 20일 동안 재판 일정이 없지만 해외출장은 물론, 공식석상 활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 부회장, 삼성 모두 시민단체 등 여론을 고려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며 눈치를 보는 듯 하다"며 "이 부회장의 해외 현장행보는 사면 여부가 결정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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