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포기 안해"…中, 2024년까지 반도체 공장 31곳 신설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반도체 공장을 늘리며 '반도체 굴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 반도체 기업이 강점이 있는 첨단 반도체보다는 중저가 구형 반도체 양산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 기준 중국이 최근 4년(2021~2024년) 동안 건설 중이거나 건설할 예정인 반도체 생산기지 수는 31개로 세계 최다다. 같은 기간 대만(19개)과 미국(12개)을 압도한다.

다만 중국이 주력하는 건 선단 공정 반도체가 아니라 28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다. 자동차 전장 계통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쓰이는 전력공급장치 반도체 등이다.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미국 인텔이 '3나노', '2나노' 첨단 공정 최초 경쟁을 벌이는 틈을 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피터 핸버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구형 반도체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추세라면 중국이 구형 반도체 공급망의 장악력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중국 내 반도체 수요의 70%를 자급할 목적으로 2015년부터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미국의 무역 제재 속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미 정부가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국가 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여전히 반도체 야심을 접지 못하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 등에 공급망 협력을 꾀하는 '칩4 동맹' 참여를 촉구하고 있고, 미국 의회에선 68조원 규모의 이번주 반도체 지원법 표결을 진행한다. 칩4 동맹이나 반도체 지원법 모두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산업이 가로막혔지만 여전히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같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