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 끝나니 국민 눈치 안 보는 與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회의장으로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갓 한 달 지났지만, 벌써부터 대선· 지방선거 연승에 도취된 듯하다. 하루가 멀다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 앞에 치부를 드러내는 데도 거침 없다. 마치 국민 눈치를 살필 시간은 지났다는 것처럼. 집권여당 국민의힘 얘기다.

지난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공개 충돌한 것이다. 이 대표가 '발언 유출'을 이유로 비공개 현안 논의 중단을 선언하자 배 최고위원이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중재에도 두 사람은 '유출 책임'을 놓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이 장면은 대(對)국민 생중계 됐다.

23일 최고위에서는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뿌리치고, 배 최고위원이 멋쩍은 듯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치는 장면이 그려졌다. 물론 이 장면도 생중계됐다. 두 사람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맞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이견에 따른 격론도 아니었다.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좋은 얘기를 하면 들으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어디다 지적질이냐"고 받아쳤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 두 사람의 충돌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최고위 배석자가 기자에게 "여기가 도떼기시장인가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대승 다음날(2일) 띄운 혁신위원회를 놓고도 여당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혁신위 의제 중 하나가 2년 뒤 총선을 겨냥한 공천시스템 개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친윤(親윤석열)계가 반발하면서다. 때문에 국민은 지방선거 이후 여당 대표와 최다선 의원의 가시돋힌 설전을 한동안 지켜봐야만 했다.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가 인선 문제를 둘러싼 이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당이 차기 당권 권력다툼·지도부 불협화음 이슈에 매몰된 사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난항에 따른 입법부 공백은 한 달을 향해가고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 시급한 민생고 해결을 위해 우선 단결하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구해 정부의 국정동력 확보 및 입법 뒷받침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27일 예정된 다음 최고위에서 국민 시선이 집권당 청사진이 아닌 대표와 최고위원의 악수 여부에 쏠릴지 모른다는 것은 비극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국민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당보다도 잘 알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공천시스템도,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도 민심의 외면을 받으면 무의미하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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