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화사한 꽃을 찾아 봄 나들이를 했다면 여름 나들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의 여유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뜨거운 여름의 태양도 주춤할 만큼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져 있는 길. 충남 아산시 ‘천년의 숲길’이다.
‘천년의 숲길’은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와 강장리, 동화리와 궁평리에 걸쳐 조성된 길로, 천년고찰 봉곡사로 향하는 길이라 ‘천년의 숲길’이라 불린다.
첫 발걸음은 여유롭게 시작된다. 봉곡사 주차장에서 봉곡사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로 느린 걸음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높게 솟은 소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 시선을 압도한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서도 하늘을 덮은 소나무 녹음의 그늘 덕에 땀방울이 맺힐 새가 없다. 나무 사이사이 쏟아지는 나무 그림자 속에서 짙은 숲 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며 걷다 보면 그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했던 마음까지 모두 떨쳐낼 수 있다.
얕은 오르막길을 중간쯤 오르다 보면 천년비손길과 솔바람길 두 곳으로 갈라진다. 솔바람길은 넓고 경사 없는 임도로 조성 돼 있어 걷기에 편하다. 우거진 숲의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천년의 숲길에는 아픈 역사가 감춰져 있다. 빼곡한 소나무마다 V자 모양의 골이 팬 것을 볼 수 있는데, 2차대전 당시 일제가 비행기 연료를 만들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V자 상처를 바라보고 있으면 언뜻 나무가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민족과 함께 고초를 겪으며 아픈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묵묵히 세월을 견뎌온 나무가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오르막길을 다 오르고 나면 천년고찰 봉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려 보조국사, 일제 강점기 만공스님이 큰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당대의 최고 학자들이 머물며 ‘성호 이익과 실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고도 전해진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6·25 등을 겪으며 본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그 모든 것이 천년고찰이 간직한 역사인 셈이다.
소담한 절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약수터에 목을 축인 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천년의 숲길을 둘러보는데 왕복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상쾌하고 청량한 나무의 기운을 느끼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아산=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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