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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지정…대리업계 "동반위, 대기업 편향" [IT돋보기]


불씨 남았지만 카카오·티맵 사업 확장 제한…세부 쟁점사항은 추후 논의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나 업계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고 있지 않다.

동반위가 세부 쟁점에 대해 합의를 유예한 데다가 신청단체인 대리운전총연합회(총연합회)가 동반위를 겨냥해 대기업에 기울어진 결정을 내렸다며 강한 비판에 나섰기 때문.

동반위는 24일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70차 본회의'에서 대리운전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지난해 5월 전화콜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모임인 총연합회가 동반위에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지 1년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번 의결로 오는 2025년 5월31일까지 대기업의 대리운전업 신규 진출은 제한되고, 기존 대기업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도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게 됐다.

24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24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대리운전업 시장의 신규 대기업 진입 자제와 이미 진입해 있는 대기업의 확장 자제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콜 시장으로 한정하며, 대기업은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 자제(플랫폼 영역 포함)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동반위가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 등이다. 이번 중기적합업종 지정 대상은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으로, 앱 기반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허용된다.

다만 막판 대기업과 총연합회 간 쟁점으로 부각됐던 전화콜 관제 프로그램, 현금성 프로모션 등과 관련해서는 총연합회 측의 반대로 인해 이번에 합의에 실패했다. 동반위는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다음 본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1년 머리 맞댔지만 세부 내용 논의 실패…대리운전업계는 동반위 '규탄'

동반위의 이날 합의안은 대리운전업에 대한 대기업의 추가 진출·확장 등을 큰 줄기에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합의서 부속사항(권고안에 대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결국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9일 마지막으로 열린 실무회의에서는 대기업 측과 총연합회 간 막판 쟁점으로 대리운전 관제 프로그램 업체의 콜 공유 관련 사항이 집중 논의됐다. 대기업, 특히 티맵모빌리티는 관제 프로그램 업체에 대한 지분투자·인수 등을 통해 이들과의 콜 공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총연합회 측은 이들 업체의 콜이 대기업 플랫폼과 공유될 경우 기존 전화콜 업체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크다고 보고 콜 공유를 결사 반대했다.

동반위는 최종적으로 티맵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콜 공유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총연합회는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실상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중기적합업종 합의안에 불복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동반위는 실무회의 이후에도 주말까지 지속적으로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최종안을 정하고자 했지만, 끝내 양쪽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이와 관련된 합의 시점을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가 24일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대리운전총연합회가 24일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이와 관련 기존 전화콜 대리운전 업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총연합회는 동반위 본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동반위가 사실상 대기업 편에 서서 업체 간의 합의를 무리하게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장유진 총연합회장은 "지난 19일 마지막 실무회의에서 저희 쪽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고 티맵에 편향된 안을 그대로 본회의 안건으로 올렸다"라고 주장했다.

총연합회는 티맵의 요구대로 대기업과 관제 프로그램 업체 간 콜 공유가 허용될 경우 사실상 기존 전화콜 업체들의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콜 공유는 우리 집 앞마당에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를 옆집에서 따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영세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대기업 시장 진출의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총연합회는 당초 중기적합업종 신청 철회,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등도 검토했으나 일단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추후 대리운전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해 중기적합업종 기간 만료 이후에도 대기업의 진출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리운전 확장 나서던 카카오·티맵, 나란히 '제동'

이처럼 논란의 불씨는 남았지만, 대리운전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카카오와 티맵은 향후 사업 확장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그간 카카오와 티맵은 기존 앱 기반 대리운전 시장뿐 아니라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적어도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 쪽으로는 관련 업체 인수합병, 추가 지분 투자 등 사업 확장이 제한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1577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며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으로의 확장을 예고했다. 이미 지난 2020년 관제 프로그램 업체 '콜마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는 전화콜 업체들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고, 카카오T 앱 내에 전화콜 버튼을 추가하기도 했지만 중소 대리운전 업체들의 반발 속에 이 같은 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는 추가 전화콜 업체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지난해 7월 티맵 앱 내 '안심대리' 서비스를 출시하고 전화콜 버튼을 추가했다. 그러나 역시 중소 대리운전 업체들이 반발하자 얼마 가지 않아 전화콜 버튼을 삭제한 바 있다. 다만 티맵은 지난해 8월 법인대리 서비스회사 '굿서비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는 점을 나타냈다. 이후에도 티맵이 관제 프로그램 업체 '바나플'의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꾸준히 돌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을 40%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티맵모빌리티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추산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체 대리운전 시장의 약 20%로 추산되는 앱 기반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잇따른 전화콜 업체 인수로 점유율을 더욱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점유율을 채 확대하기도 전에 '중기적합업종'이라는 암초를 만난 만큼 사업 확장에 대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카카오와 티맵 측은 존중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연합회에 수용의 자세로 최대한 양보하며 합의안을 마련해왔기에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권고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라며 "부속사항까지 포괄하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될 논의에도 중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력 의지를 갖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맵 역시 "동반위의 권고안을 존중하고, 합의서 부속사항 논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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