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HDC그룹] 조직은 뒤숭숭 직원들은 술렁…인재 엑소더스 시작


2천만원 줄어든 연봉 지갑에 서울시 제재·잇단 아이파크 비토…인력감축 우려 확산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인력유출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른 주요 건설사와 비교해 처우가 열악한 데다 자칫 영업정지나 건설업 등록말소까지 이뤄질 경우 인력 감축이 단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HDC현산 한 직원은 "계속된 사고 이후 조직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처우와 복지는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형편없이 낮은 상황에서 올해도 성과급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연차 직원 상당수가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HDC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HDC현산 직원을 스카웃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직을 구성한 건설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직원은 "다른 건설사가 대놓고, 직원들을 대거 스카웃하는데도 본사는 그냥 손만 놓고 있을 정도로 사고 이후 조직정비가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이탈하려는 배경에는 HDC현산의 낮은 처우와 인력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DC현산 임직원의 급여는 일제히 깎였다. 전체 직원의 1인당 평균급여는 7천300만원으로 2020년(7천900만원) 대비 7.6% 줄어들었다.

특히 사무직 남성의 경우 9천300만원에서 7천500만원으로 무려 2천만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무직 여성은 4천700만원에서 3천600만원으로 1천만원 넘게 줄었다. 기술직 남성은 8천100만원에서 7천800만원으로 300만원 줄었다. 유일하게 기술직 여성은 5천200만원에서 5천600만원으로 400만원 증가했다.

숙련된 정규직은 떠나고 그 자리에 기간제가 채우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정규직원은 933명으로 전년도 동기(954명) 대비 21명 줄었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623명에서 777명으로 150명 가까이 증가했다. 남성 사무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96년에서 11년으로 2년 가까이 줄어들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문수지 기자]

올해 1월에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까지 감안할 경우 직원의 엑소더스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HDC현산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지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퇴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 공사와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 공사 시행사가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달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재개발조합 역시 총회를 열고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서울시의 행정처분과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아이파크 비토 움직임 속에 조직 및 인력감축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 HDC현산 직원들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지난 2017년 추진한 애자일(Agile) 인사조직체제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자일은 '민첩한'이라는 영어 단어다. 프로젝트 단위별로 결정권을 부여해 유연하게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제도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지난 5년간 4차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애자일 체계로 이익은 극대화됐지만, 숙련된 직원들만 이탈했다.

HDC현산의 현장인력 배치기준을 보면 정직원 20%, 계약직 80%의 비율로 구성된다. 반면 다른 건설사는 정직원 80%, 계약직 20%로 아파트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에 대한 처우와 복지를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한 인사체계가 결국 HDC현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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