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용진이형'으로 불러도 좋습니다."
지난해 2월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당시 인수한 와이번스 야구단과 관련된 내용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자신의 호칭을 두고 이 같이 밝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는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쟁사인 롯데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도 야구에 대한 '찐 사랑'을 드러내며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선 요리, 운동 등을 즐기는 자신의 일상도 공유하며 소통하는 CEO란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https://image.inews24.com/v1/51d350b8da29fb.jpg)
17일 재계에 따르면 '용진이형'만큼 최근 소통왕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 역시 어릴적 사진, 업무를 보는 사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을 공개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단순히 사진만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일방향적 소통이 아닌, 직접 SNS 방문자의 질문에 답을 남기는 등 적극성을 보여 더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한 방문자가 "회장님도 요플레 뚜껑 핥아 드시나요?"라는 댓글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한 부분은 많이 회자됐다. 또 "M자 탈모 있네요"라는 질문에는 "M자뿐이겠습니까"라고 센스있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https://image.inews24.com/v1/6e21355b7b4e5b.jpg)
최 회장의 소통 행보는 회사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SK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난 최 회장은 앞으로 자신을 회장님이 아닌 '토니'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토니는 최 회장의 영문 이름으로, '아빠 곰 토니'라는 뜻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도 여기서 나왔다.
지난 2월부터 SK텔레콤 회장을 겸직하게 된 최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SK텔레콤 임직원들과 만나 경영 현안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호칭부터 바꾼 것은 직원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며 사업을 이끌겠다 의지로 해석된다.
최 회장과 같은 이유로 최근 재계에선 총수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직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 1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을 "'부회장님' 대신 'JH'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https://image.inews24.com/v1/c68bd91265cc11.jpg)
한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고 소통 강화를 위해 호칭 파괴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이름에 프로나 님을 붙여 부르지만 파트·그룹장, 팀장, 임원은 직책을 불러왔다. 이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접수한 직원들의 민원에 대해 '안녕하십니까? JH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직접 전 임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소통왕'으로 불리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역시 최근 사내 게시판 '나우'를 통해 본인을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인 'KH'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임원들에게도 각자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정해 알리는 것을 제안했다. 이니셜이나 닉네임을 정해 부르는 것이다. 물론 본인 이름이 좋다면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경 사장은 "외국 고객들은 (자신을) KH라고 부른다"며 "메일을 보낼 때도 '디어(Dear) KH'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도 KH님, 또는 계현님으로 불러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https://image.inews24.com/v1/6f9f1406bad65a.jpg)
롯데에서도 호칭 파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유통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합류한 김상현 부회장이 자신을 영어 이름인 '샘(Sam)'이나 '김상현'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외에도 롯데 계열사 중에선 현재 이커머스, 면세점, 대홍기획 등에서 영어 이름 등을 사용한 닉네임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 영어이름을 가장 먼저 사용한 업체는 지난 2014년부터 이를 시작한 카카오다. 이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자신을 소개할 때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을 쓴다.
금융권도 일찍이 호칭 파괴 실험에 나섰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의 경우 '사장님' 대신 '원스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대니얼', 지난 3월 퇴임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JT' 등으로 불린다.
재계 관계자는 "IT 기업, 스타트업 등에선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편하게 대표를 부르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회장님, 사장님 대신 이름이나 닉네임을 불러달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호칭 파괴를 시작으로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통해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