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수장을 교체했다. 양사는 새 얼굴을 내세워 글로벌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중심으로 내세웠다.
다만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젊은 피'를 기용하며 새롭게 변화를 준 반면, 카카오는 창업주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를 기용하며 '노련미'를 강조했다.
카카오는 29일 제주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남궁훈 신임 대표 내정자(OTF장)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남 대표 내정자를 정식 대표로 승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로써 카카오는 4년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앞서 네이버 역시 지난 14일 성남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최수연 신임 대표 내정자를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양사가 비슷한 시기에 새 얼굴로 사령탑을 바꾸게 됐다.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사진=조은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609d71ed559cb.jpg)
◆새 얼굴 내세운 '네카오'…새 바람 VS 노련미
최수연 신임 대표는 지난 2005년 네이버에 처음 입사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네이버를 퇴사하고 2010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2012년부터 7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지난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한 최 대표는 네이버에서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맡으며 네이버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다수 관여했다.
최 대표는 책임리더로 네이버에서 근무한지 3년 만에 대표라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네이버에서 근무한 기간 자체도 길지 않을 뿐더러 C레벨급의 요직을 맡은 적도 없다. 다만 그런 만큼 오랜 기간 네이버에서 일해 온 주요 경영진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네이버의 쇄신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대표가 M&A 등 투자 관련 사안에 정통하다는 부분에 대한 기대감도 비춰진다.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사진=조은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3bb99c03c4776.jpg)
남궁훈 신임 대표는 창업주인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범수 의장이 지난 1999년 설립한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창립 멤버로 김 의장과 함께 일했고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한 이후에는 김 의장과 함께 네이버에 적을 두기도 했다. 이후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한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았고 올해 초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내·외부에서 받는다.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를 퍼블리싱하며 큰 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 [사진=조은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a880b96cb43d9.jpg)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새 얼굴을 내세웠지만 그 기조가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네이버가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데 집중한 반면 카카오는 창업자의 최측근이자 '구관이 명관'인 인사를 기용하며 각각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최 대표는 그간 네이버에 머무른 시간보다 법무법인 등 외부에서 근무한 기간이 더 길다는 점에서 내정 당시부터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1981년생(40세)으로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네이버의 '쇄신' 의지를 더욱 부각하는 요소로 거론됐다.
반면 남궁훈 대표는 오랜 기간 김범수 의장과 함께 일하는 등 김 의장과 막역한 사이다. 또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으며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검증 과정을 거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미래 먹거리 탐색과 동시에 부정적으로 각인된 이미지까지 회복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네이버·카카오 공통 과제는 해외 사업 확대·주가 부양
이처럼 차이점은 있지만 최 대표와 남궁 대표는 공통적으로 취임 직후 '글로벌'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도 뚜렷하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네이버는 출발점에서 글로벌을 염두에 뒀을 뿐 아니라 모든 목표가 글로벌로 향했다"라며 "향후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인, 웹툰, 제페토 등을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 인큐베이터가 되겠다"라며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남궁 대표 역시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 정기주총이 끝난 후 메시지를 내고 "대표 내정 이후 카카오의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와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우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사가 나란히 해외 시장 진출을 강조한 것은 추가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이미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IT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 반면 해외에서는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아직 개척할 시장들이 많다는 평가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양사 모두 '골목상권 침해' 등 사업 확장 과정에서 여러 저항을 겪은 데다가 그 과정에서 플랫폼 규제 강화하라는 벽에 부딪힌 바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주가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 역시 공통분모다. 양사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코스피 약세 속 플랫폼 규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까지 겹쳐 고점 대비 대폭 하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시기 플랫폼의 성장에 힘입어 양사의 주가는 그야말로 고공행진을 했고 이들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이들의 주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선도 강해졌다.
이 중 남궁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라고 선언하며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남궁 대표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15만원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최근 향후 3년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이 중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수연 대표 역시 최근 저조한 주가에 대해 "많이 안타깝다"라며 "네이버는 검색, 상거래, 기업간거래(B2B) 콘텐츠 등 이미 핵심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각 사업 간 시너지를 잘 만들어 내고 글로벌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최 대표는 취임 이후인 지난 21일 김남선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자사주 총 2억1천760만원 어치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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