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글로벌 '퍼펙트 스톰'에 떠는 한국號…대비책 '막막'


[글로벌 경제 긴급진단] 코로나·우크라 사태에 공급망 비상…"정부·기업 머리 맞대야"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지구촌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원자재 수급 불안, 원유 가격 급등, 물류 차질 등 공급망 위기가 증폭된 탓에 기업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여 장기 불황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퍼펙트스톰' 상황에 놓였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긴급 진단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불황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지구촌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오를 일만 남아서 정말 걱정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긴 겨울을 어떻게 대비할 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매일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과 유가, 금리까지 치솟는 등 경영 환경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나빠진 탓이다.

대기업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많이 팔아도 남지 않는 '원가의 저주'에 빠졌다. 지난해 TV·가전 제품을 역대급으로 많이 판매했지만, 폭등하는 원자재 가격에 큰 수익은 내지 못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원자재값에 물류비 부담도 더해지자 내부에선 수익성 확보를 두고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이 유발한 국제 공급망 교란이 러시아의 도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생계와 직결된 기름과 가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널뛰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긴축 정책,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점차 현실화되며 기업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보다 40bp(1bp=0.01%포인트) 낮춘 2.8%로 하향했다. 차기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성장세는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0.3%포인트(p)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7%에서 2.6%로 0.1%p 낮췄다.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3%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국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투입물에 차질이 생기고 이러한 칩들을 사용하는 자동차 등 첨단제품 제조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기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사진=조은수 기자]

당초 정부와 한국은행은 견조한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원자재 공급병목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당초 전망보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쟁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교역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또 미국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과도한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민간 소비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물가 부담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되면 경제 성장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을 이전보다 60bp 높은 3.6%로 수정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니다"며 "이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주요 9개 해외 투자은행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이달 초 기준 평균 4%로, 한 달 전과 비교해 0.3%p 하향 조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1%p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뛰면서 각국 정부가 긴축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연말까지 6회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연준이 예고한 것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과도한 긴축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치솟는 유가와 연준의 매파 성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최근 들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p씩 4~7회, 내년에도 몇 차례 추가 인상해 2.0~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표=한경연]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경제계에선 정부가 거시경제를 안정화하는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재정지출을 위해 국가 부채를 일으키는 것이 금리 상승 압력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물가 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만큼 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들은 정부와 힘을 합쳐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수익성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 많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한국 경제도 전 세계적인 '고물가 저성장'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여 작년 말이나 올 초 대부분 기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많이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현재 많이 늘어 불안하긴 하지만, 미국·유럽을 보면 1~2개월 후 많이 안정화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 회복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면서도 "현재로선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시급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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