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은행·핀테크 송금이 막힌 가운데, 글로벌 카드사마저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카드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묘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은 악화일로를 걷는 러시아 금융거래 상황을 지켜보며 최악의 경우 한국 귀환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 "금주 내 모든 거래 중단"…러시아 외에서 발급한 카드 사용 불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카드사 비자·마스터·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카드사는 해당 조치를 즉각 실행하고, 러시아에 있는 고객·파트너사들과 협력해 러시아 내 거래를 중단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자카드는 물론 마스터와 아멕스 등은 수일 내로 사용을 전면 차단할 방침이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측은 "이러한 결정에도 자국 내에서 비자·마스터카드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이는 러시아에서 발급된 카드만 해당하는 사실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 연방 내 모든 국내 결제 거래를 자국 내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고, 당국 소유의 국가 결제 카드 시스템(NSPK)을 통한 결제 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발급된 카드의 경우 카드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조치가 실행되면 러시아 외 국가의 금융사에서 발급된 비자·마스터·아멕스 카드는 러시아 연방 내 상점이나 자동화기기(ATM)에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에서 발급한 카드도 러시아를 벗어나면 사용 불가다.
알 켈리 비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부당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용납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당사 임직원뿐 아니라 러시아 내 고객사, 협력사,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미칠 여파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는 전쟁 상황에서 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에 걸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러시아 일부 지역서 카드 사용 중단돼…"뾰족한 대책 없어"
비자·마스터·아멕스가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현지 체류 중인 한국 교민들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카드 결제 거절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현지 교민은 "상점서 마스터카드 승인이 거절됐다"며 "부랴부랴 현금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현지 유학생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 환치기를 이용한 대리 송금까지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재외공관에서 조사한 한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4월 1일 기준 734명에 이른다. 해당 집계는 매년 4월 1일에 발표되며, 자세한 연령대는 공개되지 않는다.
러시아 관련 커뮤니티의 유학생 A씨는 "곧 한국에서 발급받은 비자카드로는 결제도 안 되고 ATM에서 현금 인출도 안 될 거라는데 휴학하고 한국에 가는 방법밖에 없나 싶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하는 수 없이 아직 사용이 가능한 일부 애플리케이션 송금, 유니온페이·알리페이 우회 사용법 등을 공유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비자·마스터 등 글로벌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맺은 국내 카드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마련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산망을 활용해 결제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 비자·마스터 등에서 국제 매입을 끊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방법은 없다"면서 "다만, 소비자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카드사들은 러시아 내 고객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면서도 뚜렷한 소비자 구제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단지 상황이 안정돼 서비스 재개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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