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fec3597771389.jpg)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목적세·소득세제 감면폐지·현금복지 통합 390兆 조달
"기본소득, 있는 富 나눠 삶에 기본 자유 제공하는 것"
"기득권 경제·정당·진보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 안돼"
대학 시절, 한 학기 두 차례 찾아오는 시험기간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친구가 있었다. 전 국민 월 65만원 기본소득을 공약한 오준호(46) 기본소득당 대선후보의 포스터를 볼 때면 문득 그 친구가 생각난다. 매월 그 정도의 돈이 주어졌다면 조금은 더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가능할까 물음표부터 앞선다. 어떤 청사진을 가졌는지 듣고자 그를 만났다.
◆ 月65만원, 390兆 필요… 기준은 '생계 급여'
오 후보는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아이뉴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왜 65만원인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기본소득이 필요한데, 충분하다는 것은 삶의 최소한의 기본선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기준으로 잡은 '생계 급여'가 중위소득의 30% (이하)다. 현재 56만원쯤 되고 2026년에는 63만원이 된다. 최소한 그보다는 높은 액수로 책정하자고 해서 65만원이 됐다"고 답했다.
기본소득 소요 재원은 390조원(2026년 기준)으로 추산했다. 올해 본예산이 600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규모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오 후보의 설명은 이렇다. 토지세(50조원)·탄소세(50조원)·시민소득세(140조원)로 구성되는 '기본소득목적세'를 신설해 240조원을 마련하고, 소득세제 감면 폐지 등 100조원, 현행 현금성 복지 등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통합해 50조원을 끌어오겠다는 것.
오 후보는 "모든 토지에 단순한 세율로 과세하는 토지세를 신설하는 것으로 약 50조원이 걷히고, 이산화탄소 1톤당 8만원의 세율을 책정하는 탄소세 법안을 당에서 발의했다. 2026년 기준 50조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민소득세는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근로, 사업소득세 등 모든 소득세에 부가세 형태로 10%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대략 140조원이 걷힌다"고 설명했다.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는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현실성의 감각은 달라진다"며 "기본소득이 필요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비현실적이고, 기본소득이 필요한 시대라고 느끼면 다른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소득이야말로 있는 부를 나눠 사람들의 삶에 기본적인 자유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공감한다면 정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기본소득이 도입되지 않은 이유로는 ▲기득권 경제학 ▲기득권 정당 ▲기득권 진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오 후보는 "기득권 경제는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보고, 국가가 국민에게 직접 투자하는 것에 매우 적대적"이라며 "기득권 정당은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과감한 증세를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득권 진보는 노동을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권리나 복지가 부여된다고 보기 때문에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지원하자고 하는 이 의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3c0bc9a259759.jpg)
◆ 기성정당, 코로나後 대안 없어… 기본소득 알리려 출마
21대 국회에서 용혜인 의원의 비서관으로서 기본소득 관련 법안 발의에 집중했던 오 후보는 당의 출마 제의를 받고 고심했다. 당을 대표해 대선 전면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라고 판단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의 분배, 복지 체제를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기성 정당이 전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기본소득을 실현하겠다고 노력했는데, 대선에서는 후보를 내야 기본소득을 알릴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했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국회 입성 전 세월호 사건, 기본소득, 노동 기본권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로 활동했다.
오 후보가 기본소득을 접한 시기는 2007년 대선. 당시 기본소득을 공약한 금민 한국사회당 후보 캠프에 있었다. 낯선 공약이었던 만큼 큰 인상은 없었지만, 이후 공익 목적의 작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겪었고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오 후보는 "그게 계기가 돼서 기본소득 책을 쓰게 됐다. 내가 더 많이 알려서 기본소득 실현을 앞당기자는 생각이었다"며 "기본소득을 연구하며 우리가 가진 권리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권리 실현, 공정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현 대선 국면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거대양당의 강고한 벽에 도전하는 군소정당 후보로서의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오 후보는 "어제(2일) TV토론에 나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오늘 아침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요지경 대선이다. 그만큼 기존 양당 체제가 굳건한 벽"이라며 "대안과 비전이 없는 제3후보가 양당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제가 기본소득이라는 대안과 비전을 가진 만큼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선거를 기본소득 대선으로 만들고자 하는 포부와 의지가 강했는데, 현재 원했던 만큼 기본소득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정의로운 방향으로 세상 이끌어가고 싶다
기본소득 의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소위 '기본시리즈'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오 후보는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이 후보가 약속한 기본소득은 연 100만원 수준으로 오 후보와 괴리가 크다. 오 후보는 "이 후보의 소액 기본소득은 그 매력을 살릴 수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의 집권을 생각하면 이 후보가 상대적인 대안이라고 보지만 불평등, 양극화, 불공정을 극복하려면 기존 민주당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 유능함, 행정력만 강조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소신 있게 설득하는 태도를 보일 때 설득할 수 있고 신뢰도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표 계산을 했거나, 민주당 주류의 힘이 그만큼 강했던 것인데 대안 정치인으로서 면모, 야성을 잃은 것이 아쉽다"며 "그렇지만 대선에서 누군가는 기본소득, 대안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이 후보의 소심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계속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에서 제가 이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할 일은 없다"면서도 "이 후보가 당선되면 기본소득을 제대로 하라고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당선이 안 되면 기본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복지나 인권 전반에서 매우 큰 퇴행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 시절을 돌이키며 "현실 제도와 법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민사회 담론이라도 실현되지 못하고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며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고 있었지만 새 방식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참여하고자 국회로 갔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행보로는 단기적으로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지원, 중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선 출마자로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그것을 지방선거로 이어가고자 한다"며 "작가로서의 삶도 평생의 업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975년 대구에서 태어난 오 후보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세월호를 기록하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2050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등 다수의 책을 펴낸 작가 출신. 성공회대 외래교수, 용혜인 의원 비서관도 지냈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c86b795e22bf3.jpg)
다음은 오 후보와의 일문일답.
-정치 입문부터 대선 출마 계기는 무엇인가.
"20대 시절부터 청년 진보당이나 한국사회당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작가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10여 년 동안 세월호 기록이나 기본소득, 노동 기본권 등에 대한 논픽션을 썼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을 쓰고 적어도 기본소득 지지자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지게 됐다. 기본소득 강연과 소통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소득 일타 강사'라고 불렸다. 그러다 기본소득당이 원내 진출을 했다. 함께 기본소득 입법을 위해 일해보자는 용혜인 의원 제안을 받고 국회에서 2년 가까이 활동했다. 그러다 기본소득당이 대선후보를 내게 됐다. 그런데 나이 제한 때문에 후보로 출마하기 어려운 당내 정치인들이 있었다. 내가 기본소득 전문가이고 관련 활동을 해왔으니 자연스럽게 요청을 받았다. 고심 끝에 출마하기로 했다. 기본소득에 대해 말해왔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분배, 복지 체제 전환을 해야 되는 시기라고 봤다. 기성정당이 전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용혜인 의원이 직접 출마를 요청했나.
"신지혜 상임대표나 용혜인 의원과 오랜 인연이 있다. 거의 삼고초려를 받았다."
-출마를 꽤 망설인 것 같은데.
"당연히 그렇다. 대선 출마는 당을 대표하는 일이다. 오래 전부터 진보 정치 활동에 몸 담았지만 현재 제 역할이 전면에 나가서 이렇게 활동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실현하겠다고 노력해왔는데 대선 국면에서는 후보를 내야 기본소득을 알릴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했다."
-현 대선 국면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어제 TV토론에 나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오늘 아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요지경 대선이다. 그만큼 기존의 양당 체제가 굳건한 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안 후보가 10년 동안 새정치를 말했지만 본인 스스로 대안을 갖지 못하고 양당 체제에서 반사 이익을 노렸다. 대안과 비전이 없는 제3 후보가 양당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꼈다. 양당 체제를 돌파하려면 확고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저는 기본소득이라는 대안과 비전을 가진 만큼 꿋꿋하게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하게 됐다. 이번 선거를 기본소득 대선으로 만들고자 하는 포부와 의지가 강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원했던 것만큼 기본소득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안타깝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 시기에 어떤 소득 보장 정책이 필요한가, 분배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의제이고, 이걸 다루지 못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정부에서 매우 큰 난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평가한다면.
"일단 윤 후보는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비전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에도 높은 지지율을 갖고 있다. 그만큼 기존 문재인 정부에서의 심화된 양극화, 불평등에 대한 공분이 큰 것이다. 이 후보도 현재 집권여당 후보니까 단지 윤 후보의 어떤 비리나 무능을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근본적이고 과감한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기본소득이다. 이 후보 자체도 그런 소신을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이 후보와 민주당이 자기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윤 후보가 아무 내용 없이도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는 남은 기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대선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할 방향이 무엇인지 던지려고 한다."
-유세 현장 반응은 어떤가.
"TV토론을 하고나서는 반응이 크게 좋아졌다. 저희들이 운영하는 채널이나 SNS에 유입되는 양도 크게 늘었다. 특히 지역 유세를 갔을 때 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지역 시민도 꽤 계셨다. 우연히 저를 만난 분들이 환호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을 갖게 됐다."
-인상적인 반응을 소개한다면.
"제가 TV토론에서 '윤 후보 본인은 집안의 지원으로 10년 동안 다른 돈벌이 없이 사법고시를 공부했고, 패스해서 검찰 엘리트의 길로 갔다. 그걸 당연한 것처럼 여기겠지만 윤 후보는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기본소득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 기본소득'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상에서 국민 행복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가, 라고 물었는데 많은 분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했다."
-전 국민 월 65만원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왜 65만원인가.
"기본소득당이니 1호 공약은 당연히 기본소득이다. 그러면 어떤 기본소득이 돼야 하는가. 충분한 기본소득이다. 이 후보가 말하는 소액 기본소득은 그 매력이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충분하다는 것은 삶에서 최소한의 기본선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은 뭘로 잡을 것인가. 생계 급여를 기준으로 잡았다. 생계 급여가 중위소득의 30%인데 현재 56만원쯤 되고, 2026년에는 63만원쯤 된다. 최소한 그보다는 높은 액수로 책정하자고 해서 65만원이 됐다."
-소요되는 재원과 조달 방안은.
"2026년 기준 390조원이다. 시작할 때는 월 40만원 정도다. 2026년에 월 65만원을 제공하려면 390조원이 필요한데 크게 세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기본소득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현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감면 등을 축소, 폐지하고 현금성 복지나 생계 급여, 기초연금을 점진적으로 기본소득에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재원이다. 그 중에서도 기본소득목적세가 제일 크다. 토지세, 탄소세, 시민소득세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여기서 240조원 정도가 마련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선 기본소득형 토지세다. 토지 세수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 또 현재 종부세를 폐지한다. 모든 토지에 아주 단순한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토지세를 신설한다. 이것으로 약 50조원이 걷힌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1톤당 8만 원의 세율을 책정한 법안을 용 의원이 발의했다. 이 세율을 조금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데, 2026년 기준 50조원 정도가 걷힐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민소득세는 소득 활동을 기본적으로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닌 함께 공유하는 지식이나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개념에서 만든 것이다.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근로·사업소득세 등 모든 소득세에 부가세 형태로 10%를 추가한다. 대략 140조원이 걷힌다. 여러 소득세제 개정이 필요하기는 한데, 완전 개편할 것인지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소득세제 감면 폐지 등에서 100조원 정도 나올 것이다. 현재 현금성 복지 등을 점진적으로 통합하면 한 50조원 가까이 될 것이다."
-이런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반박하겠나.
"현재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현실성의 감각은 달라진다. 기본소득이 필요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비현실적이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시대라고 느끼면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재 불평등, 양극화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적어도 선진 복지국가만큼의 복지 지출을 하려면 지금보다 지출을 1년에 200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미 데이터로 나와 있다."
"200조의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선별 복지는 아무리 해도 받는 사람과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의 괴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 확장을 위한 증세에 동참하기가 어렵다. 반면 기본소득은 보편적 다수가 수혜층이 된다. 보편적인 증세에 동참할 수 있는 요인을 준다면 조세 부담 관련 우려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것은, 현재 우리 삶의 목표가 노후 아파트 하나 갖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 기후 위기 같은 환경 제한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이런 고성장과 과소비, 과노동 사회에 머무르는 것이 행복한지.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는 것에 어떤 공감이 있는지를 묻는 게 먼저다. 기본소득이야말로 일을 줄이고 있는 부를 나눠서 사람들의 삶에 기본적인 자유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것에 공감하면 정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면 되는 문제다."
-보편지원보다 선별지원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은 어떻게 보나.
"아주 보수적인 경제학과 복지학의 핵심 의제다. 그것의 전제는 돈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 지출을 더 늘릴 수 없고 한정돼 있는데 그걸 쓰려면 더 힘든 사람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가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우리 복지 제도 자체가 확장이 안 된다. 기초생활 수급제도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이 지원을 받는 사람은 국민의 3%도 되지 않는다. 저는 선별 복지론을 재정의 보따리론이라고 명명했다. 재정의 한 보따리만 정해져 있고 여기서 빼서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논리가 설득력이 있겠지만, 보다 많은 혜택을 주고 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들면 재정은 우물이 될 수 있다. 보다 많이 이 제도에 동참하고 혜택을 나눠 받으면서 복지의 파이을 키우자는 것이다. 기본소득 방식이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583a8fe462417.jpg)
-기본소득이 지금까지 왜 도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기본소득 도입을 막고 있는 게 무엇일까. 기득권 경제학, 기득권 정당, 기득권 진보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기득권 경제는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보고, 국가가 국민에게 직접 투자하는 것에 매우 적대적이다. 그래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방식도 아주 날을 세워서 공격하고 있다. 기득권 정당은 복지가 필요하다고 다 말하면서 이를 위한 과감한 증세를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주류 후보들이 다 증세 안 한다, 세금 깎아준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기본소득에 공감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부의 재분배에 소극적인 정당들이 문제다. 기득권 진보의 경우 진보의 고전적인 아젠다는 일자리, 노동이다. 노동이 중심이 돼야 되고 이것을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권리나 복지가 부여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지원하자고 하는 이 의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가 이번에 여러 진보단체나 노동조합을 만났고, 기본소득과 같은 어떤 보편적 안전망이 시대 변화 속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이 꽤 있음을 확인했다. 제가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왕도가 없을 것 같다."
-양육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가 기본소득 수급을 위해 부적절한 의도를 갖고 아이를 많이 낳게 되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복지와 경제가 성장하면 추세적으로는 저출생을 한다. 한국의 경우 여러 사회적인 부정적 요인 때문에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심각한 저출생국으로 가버렸다. 오히려 출생률을 좀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두 가지 경향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다. 한쪽에서는 내가 출산하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 때문에 못했던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내 아이의 삶이 보장된다는 믿음으로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출산이나 결혼이 삶의 목표가 아닌 사람들은 조금 더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을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안타깝다. 윤 후보의 집권을 생각하면 이 후보가 상대적인 대안이라고 보지만 불평등, 양극화, 불공정을 극복하려면 기존 민주당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 유능함, 행정력만 강조해선 안 된다. 국민이 불만을 갖는 무한경쟁 상황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국민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소신 있게 설득하는 태도를 보일 때 설득할 수 있고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표 계산을 했거나, 민주당 주류의 힘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대안 정치인으로서 면모, 야성을 잃은 것이 아쉽다. 그렇지만 대선에서 누군가는 기본소득, 대안을 말해야 한다. 때문에 제가 이 후보의 소심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계속 달려가고 있다. 이 후보를 포함해 기본소득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그분이 집권을 하든 안 하든 간에 기본소득의 다음 계기들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연대와 협력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이 후보와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나.
"대선에서 제가 이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할 일은 없다. 제 당선이 당면 목표는 아니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기본소득을 어쨌든 실현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하라고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하고 견제하겠다. 이 후보가 당선이 안 되면 기본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복지나 인권 전반에서 매우 큰 퇴행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해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기본소득 외 다른 공약을 소개한다면.
"2호 공약으로 발표한 생활동반자법 도입이다. 어떤 사람이든 정형적인 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동반자로서 서로에 대해 상호 책임을 지겠다면 생활동반자로 등록하고, 등록하면 기존 가족이 받는 복지나 권리, 혜택을 동등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의 청약 가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소득세 공제 등이다. 비혼 관계 등 다양한 커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에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소득 철학 자체가 개인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장하자는 것이니까 그런 측면에서도 열심히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다당제를 띄우고 있는데.
"원래 한국의 정치개혁은 항상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약간 문 틈이 열리곤 했다. 세력이 빵빵할 때 민주당은 개혁을 가장 뒤로 미뤘다. 그렇기 때문에 얄팍한 정치 공학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이것을 계기로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여당이 소수정당의 눈으로 정치개혁을 바라보길 주문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우리와 시대전환 같은 소수정당을 포함하고, 소수정당 시각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논의하면 좋겠다. 그렇게 할 때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정치개혁이 될 것이다."
-소수정당의 눈으로 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의석 수,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 의석 수가 적을수록 기득권 기성 정치인 중심으로 가기 때문이다"
-얼마나 확대해야 한다고 보나.
"지역구 250석, 비례 250석 등 500석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OECD 평균을 보면 국민 10만명당 1석인데 한국은 17~18만 명 정도를 대변하다보니 우리나라가 한 의석이 포괄하고 있는 국민이 훨씬 많다. 자신을 대변하는 정치인과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다만 의석 수 자체는 절대적인 진리값은 아니다. 비례대표를 크게 늘린다는 원칙이 있으면 그 속에서는 조정될 수 있다."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책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현실 제도와 법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민사회의 담론이라도 실현되지 못하고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 용 의원이 국회에 와달라고 했을 때 작가로서 커리어를 꽤 쌓아가고 있었음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참여하자고 생각해서 국회로 갔다. 이번 출마도 그 연장선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제가 말할 수 있는 정치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나갈지는 선거에서 사람들의 열망을 확인하면서 잡아나가겠다."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는.
"기본소득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대선이다. 그때는 제가 금민 한국사회당 후보가 출마했을 때 함께 선거운동을 한 젊은 정당활동가였다. 금 후보가 기본소득이라는 공약을 처음 제출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게 있다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낯선 공약이기도 하고 저도 낯설어서 그때는 그냥 아는 정도였다. 그러다 제가 세월호 참사 기록 활동 등을 하면서 한편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전에는 논술 강사를 하며 고소득을 올렸는데 작가 활동을 하니 다른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과거에 알았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기본소득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절박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돼 기본소득 책도 쓰게 됐다. 내가 더 많이 알려서 기본소득 실현을 앞당기자는 생각이었다. 기본소득을 연구하면 할수록 이것이 단순하게 '힘든 사람에게 돈 나눠주자'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어떤 권리의 표현. '권리를 우리가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권리 실현, 공정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에 보다 많이 매료됐다."
-후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제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공부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행복 개념을 좋아했다. 이 개념은 물질적, 신체적 쾌락과는 별개로 내가 올바른 삶을 살고 올바른 일을 할 때 느끼는 자긍심이나 만족감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내가 배고픈데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다는 단순한 게 아니다.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일, 자긍심과 만족감을 주는 일을 찾으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불안하지만 작가, 정치 활동을 했던 것도 그렇다. 이 행복에는 나만이 아닌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고 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포함된다. 지금 선거운동도 그렇다. 지금 몸도 고되고 각종 '악플(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힘들지만 그래도 올바른 일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다, 내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 가족도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만족감. 이런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이후 행보가 궁금하다.
"딱 부러지게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정한 것은 없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있다. 기본소득당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대선 출마자로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그것을 지방선거로 이어가고자 한다. 책임을 지기 위해 지방선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겠다. 그리고 정치로든 정책적으로든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어떤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작가로서의 삶도 평생의 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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