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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상한 우유값'…원유 차등 가격제 적용 '오리무중'


정부, 협상 성공하면 치즈 등 유제품 가격 하락 예상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상승하는 기현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에 쓰이는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낙농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3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2020년 리터당 원유 가격은 2001년 당시보다 72.2%나 뛰었다. 같은 기간 가격 증가율이 일본(33.8%), 유럽(19.6%), 미국(11.8%) 등을 웃돈다. 원유 가격의 절대 금액인 1천83원을 분석해 보면 경영비(667원)의 1.6배이고 생산비(791원)의 1.4배에 달한다.

반면 국민 한 사람당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었다. 또한 저렴한 해외 유제품 소비가 늘며 우유 자급률까지 내림세다. 지난 2001년 77.3%에 달하던 우유 자급률은 2020년 48.1%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낙농육우협회가 16일 낙농인 결의대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낙농육우협회]
낙농육우협회가 16일 낙농인 결의대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낙농육우협회]

◆ 정부,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까지 추진했지만 무산

이 같은 현상은 시장 수급 상황이 전과 달라졌는데도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라는 제도에 묶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 낙농산업은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 보전 등 3개 축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가격 결정 구조 현실화에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 가격을 현행처럼 용도 구분 없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각기 다른 가격으로 정산하는 체계다.

음용유는 지금과 같은 가격인 L당 1천100원에, 가공유는 더 저렴한 800원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대신 농가소득이 줄지 않도록 유업체의 구매량을 늘리도록 했다.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농가 수입이 1천500억원 늘고, 유유 생산량도 확대돼 자급률 역시 최대 54%까지 오를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추산했다.

또한 원유 가격 결정 주체인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편도 필요한 상황이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야 열릴 수 있는데 이사 15명 중 7명이 생산자 단체 측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안건이면 개의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정부가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낙농가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정부는 낙농진흥회 이사 수를 23명으로 확대해 정부 2명, 학계 2명, 소비자 2명,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을 추가하고, 의결조건 등 낙농진흥회 정관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낙농가에서 젖소가 관리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 낙농가에서 젖소가 관리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유업계 측, "협상 계속 무산되어 유감"

유제품 생산기업이 주축인 유업계에서는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낙농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단체 측의 일방적인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정까지 무산되면서 의사결정 구조 개편 및 생산자 단체와의 협상이 더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계속된 파행에 공공기관으로 지정을 해서라도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기대했는데 결국 무산됐다"며 "지금 몇 달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어서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낙농가가 이처럼 반발하는 건 농가 수익 감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낙농가 측은 구조적으로 원유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등가격제가 시행되면 농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낙농가 측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낙농인 결의대회를 열고 "벼랑 끝에 놓여 있는 낙농육우산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강경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반발했다.

정부가 이번 원유 가격 개편에 성공하면 유제품 가격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계획안에서 가공유가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치즈 같은 경우 1kg을 만들려면 원유 10kg이 필요한데 해외에서 들여오는 치즈 가격이 물류를 거치고 관세가 붙어도 국내 가격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저렴한 상황"이라며 "차등제가 실행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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