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반짝 개선됐지만, 수년 간 계속됐던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해보험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이런 가운데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인공지능(AI)가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자동차 보험(BBI)이 선보이면서 만성적인 높은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I는 기존 운전습관연계보험(UBI보험)보다 정확도가 높고, 정밀한 손해사정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실제 해외에서는 테슬라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일부 손보사가 시범적으로 BBI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주행하는 자동차 모습. [사진=조성우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10ddd0f9964aa.jpg)
◆ 손해율 90%로 재상승…BBI보험, UBI보다 정밀한 측정 지원
1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자동차사고가 줄어들면서 81.5%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만일 손해율이 90%라면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9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손보업계는 사업비 등을 감안할 때 차보험 적정손해율은 78~80%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이상일 경우 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지난해 손해율 개선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 다시 자동차 운행이 늘면 손해율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우세하다. 실제 지금까지 차보험 손해율은 적정손해율인 80%를 줄곧 넘겨왔다. 2018년 85.9%, 2019년 91.4%, 2020년 85%로 집계됐다.
손해율이 80%를 넘긴 해에는 어김없이 적자가 나타났다. 차보험 적자 규모는 2018년 7천237억원, 2019년에는 1조6천445억원, 2020년에는 3천799억원을 기록했다.
차보험 손해율은 기본적으로 사고율이 줄어들면 떨어지게 된다. 사고가 적게 일어나면 보험금 지급 건수가 줄어들고,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하는 보험금 규모도 낮아진다.
손보사들은 사고율을 줄이려고 UBI(Usage-Based Insurance)보험을 도입했다. UBI보험은 보험 가입자의 가속, 과속, 제동, 차량 주행시간과 같은 주행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UBI보험 시장은 2019년 240억 달러(28조7천억 원)에서 2027년까지 1천257억 달러(150조4천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UBI 보험은 운전자가 보다 안전한 주행습관을 유지하는 경우 보험료 할인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행습관을 개선하고 보험회사의 손해율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UBI 보험은 운전자의 운전행태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UBI보험은 GPS 기반으로 주행정보를 수집하게 되는데, 차량의 움직임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다. 따라서 속도와 이동경로만 추적할 수 있어, 운전 행태를 온전히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안소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UBI보험은 핸드폰 사용, 운전 도중 식사, 음주, 내비게이션 조작 등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Distracted Drive)를 감지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최근 UBI보험이 잡아내지 못하는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10% 가량 증가했으며, 이를 보험에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근 손보업계에서는 UBI보험의 한계를 넘어선 BBI(Behavior Based Insurance)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BBI보험은 스마트폰이나 전용단말기를 차량에 설치하고, 운전자의 다양한 운전행태 정보를 반영하는 자동차보험이다.
특히 AI 영상분석기술을 도입해 운전자의 행동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운전자의 실제 부주의한 운전습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게 된다.
예를들어, 차선변경을 깜빡이 없이 위험하게 하는 운전자가 있을 때 UBI보험은 GPS 정보만 수집해 위험한 습관을 잡아내지 못한다. 반면 BBI보험은 스마트폰 카메라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주행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하기 때문에 차선변경 문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규정속도를 지키고 급가속·급제동을 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칼치기, 음주운전,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위험한 행동도 모두 잡아낼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인슈어테크 업체 젠드라이브(Zendrive)에 따르면 BBI보험을 도입할 경우 사고 가능성을 최대 49%까지 줄이고, 매년 1천명의 운전자당 최대 200만 달러(24억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상을 촬영하고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의 데이터를 수치화할 수 있어 과실비율 산정 등 손해사정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통전문 변호사들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것처럼, AI가 직접 영상 속 데이터를 수치화해 손해사정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손해사정 업무가 훨씬 수월해지고 좀 더 정확한 과실비율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테슬라·GM 등 글로벌 기업도 진출…국내 일부 손보사 도입 추진
해외에서는 최근 테슬라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BBI보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리얼타임 드라이빙 비헤이비어(Real-Time Driving Behavior)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에 가입하고 '보통'의 안전 점수를 받으면 다른 차보험 상품 대비 보험료를 20~40% 가까이 할인 해준다. 가장 높은 등급의 안전 점수를 받은 경우 30~60% 가까이 보험료를 아낄 수도 있다.
GM의 경우 올해 1분기 안에 자회사 온스타를 통해 애리조나와 일리노이, 미시간 주 등에서 BBI보험을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인만큼, 운전자 데이터를 차량에서 직접 수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캐롯손해보험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BBI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I 영상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카비'는 국내 대형 손보사와 함께 BBI보험 관련 기술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카비의 경우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영상을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대중성을 높였다.
카비 관계자는 "전용 단말기도 개발했지만 대중적으로 더 쉽게 접근하려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대형 손보사들과 기술검증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BBI보험 상품 확산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