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급락세를 보였다. 반면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는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효과는 탄소배출권 수요에 기인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탄소배출권 수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의 주요 전력원인 풍력발전 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북유럽 전역에서는 지난해 바람 속도가 평년보다 15% 느려졌다. 풍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천연가스 수요 급증에 힘을 보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9월 30일 일제히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 4종은 급락장이 연출됐던 지난 1월 한 달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신한자산운용의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ETF'는 11.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ETF' 10.45%,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ICE(합성) ETF' 3.98%,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 3.54% 등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90% 빠진 것과 비교하면 급등한 셈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ETF 4종은 상장 이후부터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 해당 ETF 4종의 상장 이후 평균 수익률은 31~55% 수준이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 가운데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현재 진행형인 만큼 천연가스 가격 상승 압력(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은 유럽 내 발전소들의 석탄 수요 증가를 부추길 전망이다. 이에 탄소배출권 수요도 덩덜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현지시각)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약 16% 급등해 100만BTU(영국 열량 단위)당 5.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3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도 94.53유로(약 12만9천672원)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부 해소된다면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기업들의 탄소저감 장치 개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요인이다. 풍력발전량 증가 조짐(풍속 상승)도 천연가스 수요 감소와 탄소배출권 공급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추세적 상승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에 있는 발전소들이 석탄으로 전력을 떼오는 수요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탄소배출권의 경우 시장참여자들이 발전소와 같은 기업체들이기 때문에 그동안 금융시장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연준의 매파적인 기조에 따른 금융자산 가격 변동에도 자체적인 펀더멘털 요인으로 가격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급적인 측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올해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탄소배출권은 투자자산으로 봤을 때 단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정책들이 강하게 들어오는데,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비가 안 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투자할만한 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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