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수 과기혁신본부장 "기술패권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필수전략기술 개발해야"


"기술이 전략무기화 되고 있는 시대, 경제성 넘어 안보까지 고려한 정부R&D 추진"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아이뉴스24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국가필수전략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첨단기술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를 뒤흔들 수 있는 전략무기가 되고 있다. 최근의 기술패권 경쟁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제 첨단기술 확보는 국가의 생존과 안보에 핵심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9일 아이뉴스24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이 '혁신경쟁법'으로 글로벌 공급망 점검과 대중국 제재, 10대 핵심전략기술 육성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도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최우선 목표로 7대 과학기술과 8대 산업 육성을 내세우는 등 기술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전략적 기술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전략성이라는 것은 경제성을 넘어서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기술은 물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라도 국가 안보를 위해 확보해 놓아야 하는 기술을, 국가 전체를 경영하는 차원에서 국가필수전략기술로 선정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감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 과학기술혁신 콘트롤타워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자는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 경쟁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현재 범부처 과학기술정책 거버넌스의 중심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만나 최근 화두로 떠오른 '국가필수전략기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경수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정부에서 '국가전략기술' 육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기존에도 특정 산업 또는 기술을 몇 대 품목 등으로 선정해서 육성하는 정책들은 꾸준히 있어 왔는데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필수전략기술'은 무엇인가.

"전략적인 기술개발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했다. 신성장동력기술이라든지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기술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정책들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전략'이 '기술'에 형용사로 붙을 때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는 게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첨단기술이 이제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 국가의 생존과 안보를 뒤흔들 수 있는 전략무기가 된 것이다. 블록화라는 말도 이제는 기술 블록화, 그래서 기술력을 가진 동맹국 간에만 기술을 공유하고 외부에는 철저히 통제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기술패권 경쟁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세계 경제·안보 질서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정부가 이야기하는 '전략기술'은 첨단기술 확보가 국가의 생존과 안보에 핵심적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무기로 삼을 만한 기술은 어떤 게 있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일부 첨단산업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도 우리에게 의존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많은 원천기술에서 아직 추격자 위치에 있어서, 기술패권 경쟁에서 지렛대로 쓸 원천기술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인공지능, 우주·항공, 양자 등 대표적 전략기술은 최고 기술국 대비 60~9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첨단기술 보유국 간 기술결속을 강화하는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첨단기술을 갖지 못한 국가는 철저히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한정된 국가 자원을 고려해 사활을 걸고 확보해야 할 기술에 선택과 집중해 역량을 결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2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의 제2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필수전략기술 10개를 선정했다. [사진=과기정통부]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은 어떻게 선정했나?

"현재 각 부처별 기술육성체계에 따라 국가적으로 육성·보호하고 있는 세부기술이 5천개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과기관계장관회의에서 선정한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은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국가차원에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전략기술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한 것이다. 공급망·통상, 국가안보, 신산업 창출 관점에서 각 기술마다 지니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을 분석하고, 경제·외교·안보 측면의 기회와 위협요인을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분석해 집중지원시 주도권 확보 가능성이 있는지와 지원 시급성을 모두 고려해 전문가 평가와 관계부처 협의·조정을 통해 선별했다.

이번에 선정된 10개 기술은 경제·산업 측면뿐만 아니라 안보적 관점에서도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자율주행, 디지털의료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보안·감시망 등 안보적 관점에서도 반드시 기술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기술이다. 양자기술도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혁명을 가져올 기술이면서 보안·암호 기술의 안보적 전략가치가 매우 크다."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아이뉴스24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국가필수전략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현재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법들이 있다. 최근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외에도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이 있고, 소부장특별법에서도 핵심전략기술을 정하고 있다. '국가필수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을 별도로 추진하는 이유는

"말씀드렸다시피 기존에 특별한 의미부여 없이 써오던 전략기술이라는 단어들을 정리 정돈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번에 제정할 특별법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최상위법으로서 전략기술의 분류나 체계나 이런 것들을 시대 정신에 따라 업데이트를 하고, 국가경영에 있어서 최상단의 전략기술들을 '국가필수전략기술'이라는 명칭으로 정리하게 될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원래 '반도체특별법'을 만들려고 하다가 특정 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의 이름을 일반화시키긴 했지만, 주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의 육성과 보호를 맡게 된다. '국가필수전략기술 특별법'은 이미 초격차를 확보한 이들 산업기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산업화가 안되어 있는 기술, 앞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까지 넓은 스펙트럼에서 육성과 보호정책을 다룬다. 각 부처가 맡은 산업진흥의 역할을 기술의 관점에서 조정하고, 아직 개발중인 기술은 어떤 전략으로 육성하고 보호할 지를 제시하는 최상위 기준 역할을 하는 게 입법취지다."

-국가필수전략기술에 대한 지원방식은 기존의 연구개발 지원 방식과 달라지나?

"10개 필수전략기술별 특성을 고려한 육성·보호 종합전략을 구체화해, R&D투자, 인프라·세제, 표준선점·특허, 기술보호 등 전방위 지원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가 간 경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대체불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과감하고 독보적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는 도전적 목표달성 기술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다.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제개선, 세제지원, 전문인력 공급 등 민간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도전적 R&D를 위해 한국형 DARPA(美국방고등연구계획국)를 연내에 설립한다는 계획도 있던데

"한국형 DARPA는 우리나라가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늘 나오는 얘기다. 과기부의 혁신도전형 프로젝트나 산업부의 알키미스트 같은 사업이 그런 방향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한국형 DARPA라 하기에는 필요한 요소가 조금씩 빠져 있다. 기본적으로 DARPA의 성공모델 뒤에는 수많은 실패사례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실패가 어렵다. 우리나라 R&D는 98%가 성공한다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감사가 나온다던지..

그래서 우리도 DARPA처럼 해보자, 실패를 용인하자 그런다. PM(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전권을 준다, 사람 필요하면 그냥 뽑아라, 급히 필요한 물건은 선구매해라,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해 준다,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당연히 반대가 많다. 정부 예산을 쓰는 일인데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모든 연구를 다 그렇게 해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정말 국가 전략에 있어서 이걸 꼭 돌파해야 되고, 국가생존에 문제가 있는 것들에 한해서는 그렇게 한 번 해보자, 라는 이야기다. 이번에 새 정부가 오고 이 법이 만들어진다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중간에 실패하는 일도 많겠지만 한 번 성공하는 사례가 생기면, 혁신적인 시도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아이뉴스24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국가필수전략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기술패권 대응, 전략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강조되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공공 R&D가 이제는 산업 경제 발전보다는 국민 생활에 관련된 공공기술이나 기초연구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보느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공 기술이나 이런 것들을 놓아버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올해 수립할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과학기술 진흥 발전 중심에서 국가 사회 현안 해결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방향이 있는데, 그동안 수월성, 우수성 중심의 과학기술정책을 국가혁신으로 연결시키도록 전환해 가겠다는 이야기다. 저출산, 지역소멸, 기후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 청년실업, 소수자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과학 기술은 이제 포용에 눈을 뜨고 이런 일들을 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예산에서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는 3조3천억원 수준으로 전체 R&D 예산의 약 11.3%를 차지한다. 앞으로 2배가 되더라도 한 20%밖에 안 된다. 우리가 지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세계적인 산업들이 있어서 지난 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동급으로 대우하고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이 그 역할을 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산업지원을 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던 미국이 혁신경쟁법을 만든 건 혁명적인 변화다. 미국도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다. 미중 패권 전쟁 중에서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번을 찾아야 한다는 시급성과 절박성이 있다. 단지 경제적 효과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반드시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 분야를 국가가 육성 보호하려는 것이다."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 분야별 투자현황 [출처=과기정통부]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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