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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라가는 앱 마켓 결제수수료…돈은 소비자가 낸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발효된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난 한 학계 전문가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관련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가 뒤로 밀려났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제정이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은 하지만, 정작 거기에 구체적인 근거는 없으며 사실상 소비자가 빠진 상태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지만 정작 유의미한 기사 작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선 당시만 해도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로 법의 실효성이 없는지 여부를 스스로 확신하기 어려웠다. 또 법 통과에 대해 창작자 단체들과 기자가 알고 있던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환영 일색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구글이 함부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로 의무화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웹툰·웹소설 가격 인상, 그리고 그로 인한 소비자 이탈이 법 제정으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약 4달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섣불렀다는 것을 자인한다.

구글은 법망을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제3자결제를 허용하되 인앱결제 수수료와는 4%p의 차이만을 뒀다. 제3자결제시 자체적으로 결제 수단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외부 전자결제대행(PG) 업체 등을 활용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인앱결제보다 높은 수수료가 매겨지게 됐다. 웹툰·웹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업계 및 IT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일반 소비자들은 조용했다. 더 많은 수수료를 물게 된 앱 개발사들만 시름에 잠겼다.

앱 개발사들의 수수료 부담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편당 100원이던 웹툰에 결제수수료 30%가 붙는다면 가격도 그만큼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최고 40%까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구글의 특정 프로그램에 참가해 제3자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가 최소 6%까지 떨어지긴 하지만, 그간 없던 수수료가 추가되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는 것은 같다. 애초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인앱결제 의무화에 따른 생태계 붕괴를 우려한 것도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이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가격 인상 효과를 인지하고, 이와 관련한 여론이 일었다면 과연 구글이 과감하게 '우회로'를 택할 수 있었을까. 웹툰·웹소설 작품과 그 작가들에 대한 팬덤이 점차 강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구글과 애플의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의 위기라던 인앱결제 강제 이슈에서 정작 중요한 주체인 소비자는 빠져 왔다.

그나마 업계와 학계에서도 점차 소비자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지난 4일 열린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의 이행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에서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결국 결제는 소비자가 하는데 소비자들은 조연으로만 얘기된다"며 "만일 소비자들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구글 측에) 문제제기를 한다면 소비자에 대해 갑질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소비자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말 소비자에게 수수료가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파악하려면 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와 관련한 조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가 내야 할 가격도 오른다는데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인지, 이것이 실제로 소비자들의 콘텐츠 구매 저하로 이어질지, 또 이러한 부분이 웹툰·웹소설 등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지 등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소비자에게 인앱결제 강제의 파급효과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토론회에서 나왔던 발언처럼 만일 소비자가 제3자결제보다 인앱결제를 더 편리하게 여긴다면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가격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소비자들이 구글·애플이 아닌 앱 개발사와 작가들에게 가격 인상 책임을 돌릴 수 있지는 않은지 등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을 '주연'으로 끌어들일 다양한 방법에 대한 모색이 이제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결국 웹툰·웹소설·게임 등을 이용하고 돈을 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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