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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힘]"너무 빠른 우리 인생, 좀 천천히 달리면 어떨까요"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담은 인문학 기행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산업은 과거 주로 관광지와 명소 등 볼거리에서 시작돼 맛집과 특산물 등의 먹거리를 거쳐 현재는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책과 공연 상품 등 문화적 즐길거리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지역의 자원이 전국 경쟁력이 되는 '로컬의 힘'코너를 마련해 지역의 작은 발걸음부터 눈부신 활약까지 담아 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지역은 더이상 '촌스러운' 곳이 아니다. 평범함 속에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입히면 '특별한' 곳, '새로운' 브랜드가 된다. 강릉커피와 양양서핑이 그랬다. 문화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담아 출판한 책은 한 권의 도서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장항선 노선도  [사진=더좋은출판]
장항선 노선도 [사진=더좋은출판]

◆기차역의 옛 풍경과 그리움, 추억을 담은 책

33개역. 이제 더 이상 운행되지 않는 역은 10곳. 충남 천안에서 전북 익산까지 이어진 장항선의 현재 모습이다. 직선화가 되기 전까지 장항선은 구비구비 마을과 사람을 찾아다녔다. 느림과 기다림의 철로다. 1922년 6월 천안역∼온양온천역 구간이 첫 개통 돼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최근 장항선에 우리의 인생을 빗대 위로와 이해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40여년간 교육자로 살아온 이심훈 작가가 쓴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이다. 올 초부터 이달까지 1년간 충남도정신문에 연재됐던 '장항선 연가'를 바탕으로 연재에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이 작가는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가 됐다. 늘 경쟁하며 빠르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버렸다"며 "오히려 그런 사회일 수록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이 경우가 많다. 장항선 열차처럼 천천히 가면서 누군가를 기다려 주는 삶에 대해 늘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광천역과 대천역 사이에 위치한 간이역인 청소역. 장항선 중 가장 오래된 역사로 영화 '택시운전사' 를 촬영한 곳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사진=더좋은출판]
광천역과 대천역 사이에 위치한 간이역인 청소역. 장항선 중 가장 오래된 역사로 영화 '택시운전사' 를 촬영한 곳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사진=더좋은출판]

◆느리게 산다는 것, 천천히 간다는 것

이 작가는 책 본문에 소개 된 일화 중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출퇴근을 KTX 열차로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열차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학습지를 풀고 있는 모습을 봤다. 관계있는 말을 잇는 문제였는데 아이는 참새와 관계 있는 말을 엉뚱한 것과 연결 지었다. 엄마는 참새와 관계있는 것은 허수아비라며 왜 모르냐고 다그치고 있었다. 마침 가을이여서 창밖은 황금 들녘이었다. 하지만 시속 300km의 열차는 허수아비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는 엄마에게 '역에 할머니가 마중나오느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문제나 풀으라'는 말로 대신했다"며 "관계있는 것들끼리 연결한다면 기차여행과 할머니를 연결시키면 안되는 것일까 생각했다. 문득 모든게 속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 때문에 중요한 가치의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젓갈 관련 관광 활성화로 수도권,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광천역. 육교가 아닌 건널목으로 역사건물과 플랫폼을 통행 할 수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진=더좋은출판]
젓갈 관련 관광 활성화로 수도권,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광천역. 육교가 아닌 건널목으로 역사건물과 플랫폼을 통행 할 수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진=더좋은출판]

◆ 신생 지역 출판사, 지역 스토리로 첫발

이 작가의 책을 펴낸 곳은 천안지역에 기반을 두고 최근 문을 연 '더좋은출판'이라는 신생업체다. 첫 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듯이 더좋은출판도 첫 번째 출판서적을 두고 많은 고심을 했다. 수많은 논의끝에 결정된 책이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이다. 출판사와 작가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지역에 대한 애정이다.

이 작가는 "책이 나오기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장항선을 오가며 애정을 쏟은 책이기에 어떤 분들과 책을 만들어갈지도 굉장히 중요했다"며 "대부분의 출판사는 주로 수도권에 있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게 된 출판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출판사였다. 같은 지역이고 지역에 애정이 많다는 점이 같아 생각과 이야기들이 서로 잘 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가 하나둘 모여들어 결국 한 나라의 문화가 형성된다. 지역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시간과 돈을 들여 하는 것이라기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심훈 작가와 더좋은출판이 결과물로 보여줬다.

장항선 100주년을 맞는 내년 이 작가는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북콘서트로 독자들을 만날 계획을 구상 중이다.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기행' 저자 이심훈 작가가 책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기행' 저자 이심훈 작가가 책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어느 독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책을 읽다보니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행복했던 추억과 좋았던 기억은 장항선 열차처럼 느리게, 기다리면서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그러면서 장항선 열차를 한번 타봐야겠다고 하더라.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수필집으로, 누군가에게는 여행 서적으로,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들만의 추억을 반추해보는 회고록의 성격으로 다양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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