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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작···新수익원은 '글쎄'


"자금운용한도 미미…금융상품 출시 제약"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20개 증권사의 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그간 배출권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 왔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배출권의 합리적 가격 형성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했지만, 배출권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는 데는 회의적이란 시각이다.

증권사마다 허용된 탄소배출권 총량 규모가 작고, 증권사의 자기매매뿐만 아니라 위탁매매까지 허용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위탁매매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 출시가 제한돼 유의미한 시장 확대는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환경부가 지난 20일부터 증권사 20곳의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사진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구조. [사진=환경부]
환경부가 지난 20일부터 증권사 20곳의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사진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구조. [사진=환경부]

환경부는 지난 20일부터 증권사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허용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배출권 거래 회원자격을 취득한 20개 증권사의 가입을 승인하고, 시장에 참여토록 했다.

기존의 탄소배출권 시장은 650여개의 배출권 할당업체와 시장조성자 5개사(산업은행·기업은행·SK증권·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만이 참여할 수 있는 폐쇄된 시장이었다. 금융사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배출권 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금융기관 부재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크게 널뛰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배출권 시장은 할당업체들이 잉여 배출권이 발생하면 이를 판매하기 보다 이월제도를 통해 다음 이행연도로 넘기는 등 매수우위를 보이는 시장이다. 특히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공개된 이후부터 배출권 제출 시기까지는 배출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만, 그 밖의 기간에는 거래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등 계절성에 따른 가격 변동성 문제가 불거져왔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매매를 허용하면서 증권사마다 최대 20만톤까지 탄소배출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증권사의 위탁매매와 선물상품 도입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EU와 같은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에게 허용된 자금운용한도가 미미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 참여자 확대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우려하는 기존 할당업체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자기매매만 허용된 상태이고, 매매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운용북(book) 규모가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특히 배출권 시장이 유의미하게 확대되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과 같은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상품 출시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기존 시장 플레이어인 할당업체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배출권 가격이 심하게 변동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를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위탁매매나 개인들의 시장 참여까지 확대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부 자체에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20개 증권사의 전체 보유 한도는 400만톤으로 거래 비중으로 보면 10퍼센트도 채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도 안 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전반적으로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결국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탄소중립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나 ETN과 같은 금융상품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적이 없다"며 "올해 간담회를 통해 시장 참여자 확대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우려하는 할당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향후 해당 부분을 반영해 정부와 협의해서 제도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비와 함께 적정한 수준으로 시장 참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할당업체들은 ETF와 같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신규 참여자들이 수요만 누릴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무조건 매수만 하지는 않는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유동성 공급자로서 현물에 매수가 많으면 반대편에서는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등 현·선물에서 동시에 매매가 이뤄지는 구조가 되면 단순히 시장참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가격이 일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정부에서도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시장 참여자를 적정한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소가 금융투자 상품이 돼야 하는 문제인 만큼 투자자 보호나 제도와 관련된 검토사항이 많아 빠르게 시장을 열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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