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온플법' 공방…소상공인업계 규탄 vs IT업계 "이대론 안돼" [IT돋보기]


같은 날 온플법 찬성·반대 간담회 잇따라 열려…온플법 수정안에도 갑론을박 이어져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을 놓고 IT업계와 소상공인업계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IT업계는 기존 법안에서 일부 내용이 삭제된 온플법 수정안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반면, 소상공인업계는 IT플랫폼 업체들이 다양한 불공정행위를 입점업체들에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규제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며 플랫폼 업계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6일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플법'에 반대하는 IT플랫폼 업계를 규탄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고질적인 '갑질' 문제를 주장하며 온플법 통과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동시에 추진하는 법안을 통칭한다. 표준계약서 작성, 검색 결과 등에 관련한 주요 노출기준 공개, 플랫폼 이용사업자에 대한 각종 금지행위 등의 내용을 포함하며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국내·외 18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법 적용 대상으로 들어간다.

IT업계는 온플법에 대해 공정위와 방통위는 물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까지 플랫폼 규제에 참여해 기업들의 중복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심하고, 주요 노출기준 공개로 인해 영업비밀과 직결된 민감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표준계약서에 필수 기재사항을 적도록 하는 조항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인기협은 IT업계를 대표해 온플법을 적극 반대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업계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조속한 온플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그저 계약서를 서면으로 제공해라, 수수료나 광고비를 올릴 때 사전에 협의를 해라 등 기존 법에 있는 내용들을 플랫폼 업체들에게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혁신을 저해한다고 하면 기본적인 질서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정부안이 모든 플랫폼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중개거래액 1조원 혹은 매출액 1천억원 이상 플랫폼에 적용되는데, 이들에게 계약서 좀 달라, 알고리즘 조작하지 말라고 해서 혁신이 저하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불공정 약관과 알고리즘 조작 등을 금지하는 온플법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주장하는 혁신의 다른 이름이 불공정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IT업계 "온플법 수정안, 규제 중복·알고리즘 공개 등 문제 여전"

이와 비슷한 시각 인기협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소비자법학회가 주최하고 인기협이 후원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온플법이 당정 조율 등을 통해 일부 수정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조율을 통해 서로간의 법안에 중복되는 규정을 삭제했다고 하지만 정말 표현마저 비슷한 일부 법안들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방통위 법안에는 사전 통지 없이 계약 변경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한·중단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했는데, 공정위 법안에는 이러한 행위를 할 경우 사전에 알려야만 한다는 조항이 있다. 사실상 같은 규제 내용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사진=윤선훈 기자]

알고리즘 공개 관련 조항 역시 일부 조항을 손봤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노출 기준에 '주요'라는 조항을 추가하며 공개 범위를 좁히고자 했지만 여전히 애매하다"며 "검색 순위나 결과 등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을 알려야 할 의무를 부과하려면 가능한 한 한계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또 온플법 곳곳에 '주요' 순서, '주요' 형태 등 각종 모호한 표현이 있어 법의 전반적인 모호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정안에 과기부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플랫폼 업계 입장에서 규제 거버넌스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규제 주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규제 대상자들은 혼란스럽다"며 "협력적 거버넌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어느 쪽과 접촉해야 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공정위·방통위 간 조율을 통해 금지행위를 9개로 줄인 부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실태조사가 너무 많아진다면 기업들이 거기에 대응하는데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약관을 정해 플랫폼 업체들에 적용한다고 해도 업체별로 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이고, 규제 기준을 기존보다 높였다고 해도 플랫폼 업계의 특성상 급격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규제 대상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당초 온플법은 오는 9일 마무리되는 정기국회 중 통과가 유력했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정위와 방통위 안 사이의 조율도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열린 소위에서 IT업계 의견 청취 등을 이유로 통과가 보류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실상 정기국회 중 통과는 어려워졌다.

온플법은 내년 1~2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온플법이 지나치게 급하게 논의됐다며 차기 정부에서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업계는 이와 반대로 조속한 온플법 통과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 등을 이유로 온플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공정거래법 등 기존에 있는 법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부분들"이라며 "온플법 제정 과정에서 논의 기간도 지나치게 짧았고 조사 과정도 면밀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은데 굳이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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