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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수장' 피터 베닝크, 韓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방문…왜


C레벨 이상과 만나 EUV 장비 수급 상황 논의한 듯…투자 확대로 韓에 힘 실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의 수장 피터 베닝크 회장이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거래처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ASML이 전 세계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업체인 만큼 베닝크 회장의 이번 방한이 국내 업체들의 EUV 노광 장비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경기 화성시 ASML코리아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경기 화성시 ASML코리아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18일 업계에 따르면 베닝크 회장은 지난 16일 한국에 들어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번 만남은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처 미팅이지만, 업계에선 베닝크 회장이 국내 기업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개발 및 수급 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해야 해서 실무자들끼리는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는 베닝크 회장이 직접 온 만큼 각 기업별 C레벨 이상이 만나 EUV 장비 수급 상황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베닝크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과도 만나 긴밀히 협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경기 화성에 위치한 ASML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식'에도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협약에 따라 ASML은 오는 2024년까지 화성시 동탄 2신도시 내 1만6천㎡ 부지에 기존 본사를 확장하는 한편, 심자외선(DUV)·EUV 트레이닝센터, 재제조센터, 체험센터 등을 갖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베닝크 회장은 문승욱 산업부 장관과의 만남에서도 국내 투자에 대한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문 장관이 ASML과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협업 확대를 통해 EUV 노광장비 등 첨단 장비 관련 소재·부품의 공급 안정성 강화에 힘써 줄 것을 요청하자, 베닝크 회장은 "한국은 1996년부터 함께해 온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이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ASML은 연간 40대가량 EUV 장비를 세계에서 독점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들 사이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그 동안 삼성전자와 TSMC 두 업체가 EUV 확보 경쟁을 벌였으나, SK하이닉스와 인텔, 마이크론, 난야 등도 EUV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장비 수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이 매년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독점이어서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EUV 장비 수급 차질은 불가피하다"며 "EUV를 원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면서 ASML은 꽃놀이패를 쥔 슈퍼 을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올해 3분기까지 생산된 EUV 장비는 총 31대로, 올 연말까지 40대, 오는 2023년까지 60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내년 생산분까지 선주문을 끝낸 상태지만, 물류 대란과 각종 부품 공급 마비로 신규 제품 생산 착수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EUV 장비는 각 18대, 3대로, TSMC(40여 대)가 보유한 장비 수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친다. 여기에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액 250억~280억 달러(약 28~32조원)의 80%를 7나노 이하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사용키로 한 데다 올해만 20대 가량을 추가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량·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첨단 제조 장비가 더욱 많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EUV 장비가 원활하게 생산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우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ASML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닝크 회장이 국내 투자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비 수급뿐 아니라 운용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투자와 관련해 베닝크 회장이 각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교류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초미세공정 기술 등과 관련해 ASML에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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