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여년 전 꿈틀거렸던 '플랫폼' 떠올리며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10여년 전 친구 손에 이끌려 한 세미나를 보러 갔다. '대한민국 매쉬업 경진대회'라는 행사였다. 처음에는 뭐하는 행사인지 감도 안 잡혀서 뭘 이런 곳에 끌고 가냐고 불평했다. 그런데 행사를 보다 보니 흥미로워서 끝까지 몰입해서 지켜봤다. 웹(web)으로 접할 수 있는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들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여러 가지 재밌는 서비스들이 나왔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점심 메뉴가 고민될 때 콕 집어서 알려주는 서비스와 각종 문화 프로그램들을 한눈에 정리해 알려주는 서비스 등이 기억난다.

생각해 보면 이때 소개된 서비스들은 현재 '플랫폼'의 토대다. 다른 점이라면 현재는 앱의 형태로 플랫폼이 구축됐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이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는 점도 다르다. 당시만 해도 점심 메뉴를 골라주는 서비스나 문화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는 꽤 새롭게 느껴졌다. 이들 기능은 이제 플랫폼이 선사하는 무수히 많은 편의 기능 중 하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플랫폼은 시나브로 우리 삶에 스며들었고 그 편리함에 우리는 흠뻑 빠졌다. 플랫폼은 거의 대체 불가능한 위치로 자리매김했다.

플랫폼의 대명사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꼽히지만 사실 우리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는 플랫폼은 워낙 다양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창업가들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결국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도 확보하고 돈도 버는 것이 목표다. 그 중 일부는 또 다른 우량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할 수도 있을 테다. 플랫폼의 가치가 그야말로 치솟은 시대다.

그렇게 어느덧 일부 플랫폼이 대기업과 맞먹을 수준으로 몸집이 커진 시대가 됐다.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고 사회적으로 더욱 상생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런 와중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 투자의 필요성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해외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인수도 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글로벌 기업의 엄청난 규모와 인력에 대해 저희의 유일한 대응법이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문어발'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마저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작심 발언이었다.

그러고 보면 당시 '매쉬업 경진대회'를 공동 주최한 곳이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 중 NHN은 2013년 네이버로 이름을 바꿔 우리가 알고 있는 네이버가 됐고(현재의 NHN은 분할돼 신규 설립됨)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14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당시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매쉬업 경진대회 외에도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다방면으로 나섰다.

이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스타트업을 인수함에 따라 스타트업들의 엑시트(투자회수)가 활발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양사는 또 사내 펀드 등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새로운 유망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수많은 창업가들이 이를 원동력으로 동기부여를 품고 참신하고 효능감 있는 플랫폼 개발을 위해 분투하는 중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당연히 규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이 플랫폼 전체에 대한 '악마화'로 이어진다면 사회가 좀 더 편리해지려는 하나의 가능성까지 막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망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위축된다고 하면 그러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이 과연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방향일지는 의문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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