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한 달간 두 번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 어려운 일을 해 낸(?) 기업이 있다. 바로 닭고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재계 31위의 하림이다.

이달에만 두 차례 부과된 공정위의 과징금은 하림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방식에 주로 사용하는 계열사를 통한 증여 방식을 하림이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지금의 하림을 만들었다는 기업인 김홍국 회장이지만, 아들에게는 자수성가보다 자신의 부를 좀 더 쉽게 물려 주고 싶었던 듯 보인다.
이달 나온 공정위 제재 모두는 '올품'이란 회사와 관련있다.
이달 2일 공정위는 하림에 대해 닭고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하림과 올품에 총 130억4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들 두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공정위는 27일 하림 계열사들이 올품을 부당지원했다며 48억8천800만원의 과징금 처분도 내렸다. 이 때문에 하림은 한 달새 180억원을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할 처지다.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다. 즉, 올품의 매출이 성장해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면 이는 김준영씨의 지분 가치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김준영씨는 올품의 높아진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손 쉽게 납부할 수 있다.
김홍국 회장은 김준영씨에게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한국썸벧판매(현재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고, 이후 하림그룹 계열회사들은 김 회장과 그룹의 개입 하에 올품을 통해서만 동물약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게다가 사료첨가제 구매에도 역할이 없는 올품에 중간마진을 주도록 해 이윤을 남기게 했다. 특히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는 보유하던 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다.
하림은 2011년 1월경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와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을 지주회사 체제 밖에 존치 시키면서 이들 회사들을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 시켰다. 올품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가질 수 있게 한 셈이다.
김홍국 회장은 이후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장남 김준영씨에게 증여함으로써 김준영씨는 자연인 중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결국 이 같은 행위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 같은 일련의 행위들을 보며, 자수성가형 경영인 김홍국 회장도 자식에 대해서 만큼은 그 욕심의 끝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별반 다른 경영인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닭을 줄 것이 아니라 병아리를 키워 닭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하림그룹은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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