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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잡기 힘든 '두마리 토끼'


차주단위 DSR 조기 확대 시행…실수요자 보호하겠다지만 결국 대출 한도 축소되면 피해 불가피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은행원 생활 20년동안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를 이렇게 강하게 한 적은 없었어요"

어느 은행원의 말이다. 그렇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로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하고 금융당국은 올해 대출 증가폭을 6%대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상품에 따라 중도금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거나 아예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기자수첩 [그래픽=아이뉴스24]
기자수첩 [그래픽=아이뉴스24]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7월부터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조기에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DSR이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전체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 비율을 뜻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에 DSR 조기 확대 시행까지 더해지면 대출자들의 자금줄은 더욱 말라 비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 한도 축소를 통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금융당국은 다른 한편으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출을 조일수록 사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현금 부자'가 아닌 '실수요자'이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가뜩이나 좁아지는 대출길에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인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중단은 없다고 선언했다. 당장 부글부글 끓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또 DSR 적용시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해주고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에서 장례·결혼자금 등 불가피한 자금 수요를 예외로 두기로 했다.

이런 저런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이상, 대출을 통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고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대출자들에게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당장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대출을 이용하는 것인데, 대출자들 사이에서 실수요자들만 '핀셋' 처럼 뽑아내서 적절히 지원해주기도 어려워 항상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계부채 증가폭을 억제하고 DSR을 조기 확대 시행한다면서 실수요자도 보호하겠다는 금융당국. 이는 사실 완전히 방향이 다른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뜻이나 다름 없는데도 이 두가지 목표가 항상 한 '세트'처럼 붙어서 언급된다.

지난 8월 말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각종 발언을 되짚어봐도 '증가하는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꼽으면서도 '실수요자 보호'도 함께 언급해왔다.

흔히들 말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표현은 원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라는 뜻, 양토실실(兩兎悉失)에서 유래했다. 두마리 토끼를 쫓는 사람은 많겠지만 결국 둘다 잡으려다가 이도저도 안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방향성이 다른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지 않길 기대해본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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