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이대론 안 된다] 보도자료에 ‘만전(?)’ 기하는 공공기관이 없다


한자 표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어려운 한자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치 한자어를 쓰지 않으면 ‘보도자료’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적절한 표현이 없거나 어색할 땐 한자어를 써도 크게 관계는 없다. 문제는 쉬운 우리말이나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났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 부처 보도자료에는 정상이 아닌 게 마치 정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문구가 적지 않다.

여전히 중앙 정부부처 등은 보도자료에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반복되는 ‘~시’

정부 부처가 내놓는 보도자료 중 자주 사용하고 있는 표현 중 하나가 ‘~시’이다. ‘행사 시’ ‘점검 시’ ‘비행 시’ ‘발령 시’ ‘재난 상황 시’ 등이다. 이때 ‘~시’는 한자어 때(時)를 나타내는 의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2일 보도자료에서 ‘터빈 출력 감발 시, 터빈의 증기 소모 감소에 따라 증기를 복수기 또는 대기로 보내 원자로 및 터빈 출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계통’이란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전문 용어가 많아 유독 읽기 어려운 보도자료인데 한자어까지 같이 사용하다 놓다 보니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터빈 출력 감발 시→터빈 출력 감발이 있을 때’로 고쳐 써야 한다고 국립국어원 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 및’이란 표현도 가능한 ‘~와·과’로 쓰는 게 좋다. ‘원자로 및 터빈 출력’은 ‘원자로와 터빈 출력’으로 바꿔야 한다.

‘~시’는 다른 부처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이다. 표현을 간단히 처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대부분 ‘그렇게 사용하니까’ 혹은 ‘입과 귀에 익어서’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보도자료에 ‘만전(?)’ 기하는 공공기관이 없다

보도자료는 단지 기자들에게만 필요한 자료가 아니다. 보도자료는 공문서이다. 보도자료는 각 부처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많은 국민이 각 부처의 보도자료를 직접 챙기고 읽는다.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부처 어디든 ‘공공언어 바로쓰기’에 근거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정부와 17개 시․도 합심하여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 총력 지원’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도 ‘공공언어 바로쓰기’를 따르지 않는 다른 표현이 여럿 사용됐다.

우선 ‘금년도 행사는 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행사 참여 신청이 진행 중~’이며 라는 표현이 나온다. ‘공공언어 바로쓰기’에서는 ‘금년’을 ‘올해’로 바꿔쓰기를 권고했다. ‘올해 행사는’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은데 굳이 ‘금년도’라는 단어를 쓴 배경이 궁금하다.

이어 ‘10.21일 현재 기준 1,276개 기업(‘20년 동시점 대비 30개↑)이 신청하여 전년보다 참여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굳이 ‘같은 시점’ 혹은 ‘같은 기간’으로 표현해도 될 부분은 ‘동시점’이라고 쓰는 이유 또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한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연한 의지(?)조차 보이는 대목이다.

산업부 보도자료에서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철저한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라는 문장이 있다. 많은 정부 부처에서 장·차관의 말을 전할 때 ‘만전’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만전(萬全)’의 의미는 ‘조금도 허술함이 없이 아주 완전함’이란 뜻이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방역관리에 철저하고 허술함이 없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라고 표현하면 안 되는 것일까.

여러 정부의 현황을 분석해 보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자료에 ‘만전(?)’을 기하는 정부 부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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