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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감장 선 삼성전자 노태문에 던진 국회의원의 황당한 질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미국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핵심 정보를 달라고 기업들에게 요구했는데 삼성전자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합니까?"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이 의원이 국민지원금을 노리고 '갤럭시워치4' 등의 편의점 판매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무선사업부 수장인 노 사장을 증인으로 세워 놓고선 자신의 뜻대로 흐름이 이어지지 않자 뜬금없이 '반도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등 증인 참석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등 증인 참석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국감장의 풍경은 당초 업계의 예상대로 이 의원의 패배였다. '갤럭시워치4'의 인기에 편승해 이를 국민지원금과 엮어 삼성전자를 문제 삼고자 나섰지만 노 사장을 불러놓고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알맹이 없는 질문만 쏟아냈다. 단지 '영세 소상공인' 프레임에만 짜맞춰 마치 삼성전자가 이들에게 돌아갈 국민지원금을 뺏으려고 했다는 식으로 몰아 세우는 것에만 치중하는 듯 했다. 매년 국감장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기업 망신주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 의원이 주장했던 것도 사실과 달랐다. 이 의원은 삼성전자가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갤럭시워치4'를 판매해 영업 꼼수를 부렸다고 밝혔지만, 판매 시기·방식 등을 결정한 것은 편의점 측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편의점들 역시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갤럭시워치4' 판매를 계획한 것이 아닌 이를 예상할 수 없었던 지난 4월에 삼성전자와 협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편의점 가맹점에서 카탈로그 방식으로 판매한 것도 삼성전자의 결정이 아니었다.

노 사장이 국감장 증인에 출석하기 전에도 삼성전자와 편의점에선 같은 해명을 수 차례 해왔다. 이날 노 사장과 김장욱 이마트24 대표의 답변도 다르지 않아 결국 이들의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이 의원의 주장이 기존대로 되풀이되기만 할 뿐 국감장에서 이에 맞는 제대로 된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이 의원이 지금까지 주장한 것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민지원금으로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워치4'를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하면서 편의점에서 '에어팟', '애플펜슬'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선 "일부 제품이어서 괜찮다"는 식이다. 글로벌 기업은 되고 국내 기업은 안된다는 식의 '역차별'을 우리나라 정치인이 대놓고 한다는 것에서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지원금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하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국민지원금으로 대기업에서 만든 라면, 과자, 음료 등도 구입하면 안되는 데 이에 대해선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점도 아이러니 하다.

'카탈로그'를 통해 편의점 가맹점에서 '갤럭시워치4'를 판매한 부분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허술하다. '영세 소상공인'을 앞세워 대기업이 이들에게 돌아갈 몫을 뺏는다는 식으로 문제 삼았지만 정작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간과한 것이다.

이처럼 이 의원의 주장과 근거가 빈약한 탓에 이날 국감장에서도 일부 의원은 이를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이마트24도 보호해야 할 자영업자가 있다"며 "(국민지원금 사용은) 결국 최종적으로 소비자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이 종합 국감에서도 노 사장을 또 다시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학영 위원장도 "오늘 나왔을 때 충분히 신문하고 질의하라"고 말하며 이 의원의 요청을 거절했다.

기업인도 법을 어기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다면 국감에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 의원이 이날 보여준 모습은 어떻게든 삼성전자를 꼬투리 잡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씁쓸함만 남겼다. 정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수장까지 증인으로 불러냈다면 명확한 근거를 국감장에서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노 사장에게 '반도체' 질문을 던진 것도 그저 이슈몰이에만 혈안된 듯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국감은 정치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따지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증인 채택 역시 이 범위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기업인들을 하루 종일 국감장에 묶어놓고는 위원들끼리 서로 치고받거나 증인들에게 발언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호통만 치다 끝나는 구태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정치적 속셈으로 쓸 데 없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기 보다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해 경제를 살리는 데 좀 더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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