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반도유보라'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중견건설사 반도건설이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14위에서 34위로 무려 20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과 신규사업을 위한 대규모 차입경영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건설은 지난 2017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설립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권홍사 회장이 물러나고 박현일 사장을 선임하는 등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체질개선 드라이브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30일 국토교통부의 2021년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기존 14위에서 34위로 떨어졌다. 이는 상위 5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중견건설사 중 선두권 자리를 지켰던 반도건설은 30위권 밖으로 추락하게 됐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공사 실적과 경영평가, 기술능력, 신인도를 종합 평가해 최종 순위를 산출하는데, 반도건설은 경영평가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깎였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에다 경영평점을 곱한 값의 80%를 적용한다.
경영평점은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률, 총자본회전율을 모두 더한 값에다 5를 나눈 값이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영업실적이 크게 나빠진 된 데다 운전자본 확보와 신규사업 추진 등의 이유로 대규모 차입금을 발행하면서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비율 등이 대폭 악화됐다.
실제로 반도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줄어든 5천7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74.6% 줄어든 252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73.5% 감소한 251억원을 거뒀다. 이로써 매출순이익률은 11.97%에서 4.34%로 하락했다.
문제는 실적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9천803억원→1억5천662만원→9천751억원→5천798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3천530억원→3천30억원→995억원→252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4년 사이에 무려 3천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증발한 셈이다.
실적부진이 계속되는 이유는 공사수익이 크게 감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은 주택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자체분양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양대금 회수조건, 개발택지확보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지우지돼 왔는데, 공공택지 물량 감소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금창출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반도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천1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을 하면 할수록 1천여억원의 돈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반도건설은 운전자금 부담 증가와 운영경비, 신규사업을 위한 용지매입 등으로 대규모 차입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은 2천465억원으로 전년(523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만기를 앞둔 장기차입금만 530억원이며 새롭게 빌린 장기차입금은 870억원이다. 단기차입금 대부분 운영자금 대출, 운전자금 대출이다. 부채총계는 5천27억원으로 전년(1천348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감소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클수록 이자감당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49.23에서 2.86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저하와 차입경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반도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30위권 밖으로 내몬 것이다.
다만 반도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신규사업 자금 선투입으로 중단기적으로 자금부담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우수한 현금성자산 등 재무적 융통성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건설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전문경영인 체제하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택사업뿐 아니라 디벨롭사업, 공공수주, 정비사업, 해외개발사업(미국 LA개발사업), 국책 및 민간 공공공사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잇달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분양물량 또한 작년 5천500세대, 올해 6천500세대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2~3년 내 20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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