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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돈의 '코인' 시대…정의(定義)가 다르니 당국 vs 투자자 동상이몽


'코인은 가상자산'으로 선그었던 당국, 가상자산업권법 논의하며 달라질까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무언가에 대해 정의(定義)를 내리는 일은 꽤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정의는 본질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해 '제주도'라는 단어를 '삼다도', '한국 남단에 있는 섬'이라고 여러가지 수식어를 붙일수는 있지만 '섬'이라는 본질을 벗어나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져서 기존의 관념으로 손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면 정의를 내리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바로 '코인'에 대한 정의가 대표적인 예다. 보는 측면에 따라 정의가 다르니 부르는 명칭도 각각 다를 수 밖에. 현재 가상자산, 암호화폐, 가상화폐, 디지털자산 등등 이름이 중구난방이다. 이에 현재 기사를 쓸 때도 가상자산만 언급하지 않고 암호화폐를 병기하는 사례가 많다.

먼저 당국은 코인을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으로 부를 경우 '화폐'로 오해받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서도 코인을 가상자산으로 명명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도 처음에는 암호화폐란 용어를 쓰다가 이제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했다"며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자산이지,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렇다보니 당국으로서는 이를 제도권에 끌어들여 투자자 보호를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시기에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며, 투자자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림'을 사고팔 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내지만 사고 파는 것을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국 입장에서 투자상품으로 보지 않는 코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당장 만들 필요성이 떨어졌고 그 대응도 늦어졌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코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주식 대신, 또는 다른 금융상품 대신으로 여긴다. 스스로를 코인 '투자자'라고 부르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금을 투자해서 이익을 내려는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당국과 코인 투자자들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갈등과 반발을 커지고 대응 방안에 대한 시각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내년부터 코인 투자에 따른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과세대상이 된다는 소식에 코인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한 것만 봐도 그렇다. 투자자 보호는 안해주면서 세금은 주식보다 더 떼간다는 불만이었다.

최근 들어서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논의되고 있는 가상자산업권법은 자금세탁 방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특금법보다 한발 더 나아가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끌어들여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논의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치권의 입김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등 떠밀려 하는 측면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해도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또다시 정의(定義)의 문제가 발생한다. 수백개에 달하는 코인을 한마디로 '코인은 어떤 종류의 자산이다'라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한 논의에 대해 "지금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578개인데 578개가 하나의 단일한 자산이 아니다"라며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를 나누기도 어려워 그런 것들을 분석하고 자료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코인을 파악해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필요한 셈이다. 이를 파악하는데 또다시 시간이 걸릴테니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한 논의와 대응에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당국은 코인에 대한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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