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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지주, 대표 직속 '안전관리사무국' 신설…全계열사 조직격상


재계,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대응책 마련 분주…"보완 입법 마련 절실"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에 방문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에 방문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특히 화재나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파트너사의 안전 지원 및 관리 강화에도 힘써주길 바랍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일 '2021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에서 각 사에 안전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대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신 회장의 지시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각 사 안전관리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고, 안전관리시스템 및 매뉴얼 등을 고도화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특히 롯데지주는 '그룹 안전관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직속 하에 '안전관리사무국'을 신설했다. 이 대표가 직접 이곳을 챙기면서 중대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초동 대응 능력도 향상시켜나갈 것이란 방침이다. 또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위험요소를 진단하고 파트너사의 안전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주 외에 롯데케미칼, 롯데건설은 임원을 중심으로, 롯데백화점은 팀 형태로 안전관리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며 "안전관리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전 계열사 중 30% 정도로, 이번 그룹 방침에 따라 올해 3분기 안에 전 계열사가 대표 직속 하에 안전관리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중대재해법 시행 두고 재계-정부 입장차 여전…재계 '혼란'

이처럼 내년 1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롯데를 비롯한 포스코, LG 등 일부 그룹들이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 주목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을 두고 현재 경영계와 정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시행 후 내부 혼란이 더 클 것을 우려해 미리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에 이어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2월 그룹운영회의에서 올해 모든 경영 활동의 최우선을 '안전'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작업 중지권을 직원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철저히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

최 회장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 혹은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으면 작업자들은 이에 대한 거부를 요청할 수 있다"며 "이는 직원들의 권리로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조치를 취하느라 생산이 미달되는 것은 앞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야 한다"며 "안전 관련 투자는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고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사고났던 현장을 확인하고 제철소 직원, 협력사 대표들과 현장 위험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개선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사고났던 현장을 확인하고 제철소 직원, 협력사 대표들과 현장 위험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개선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

최 회장이 이처럼 지시한 것은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법 영향이 컸다.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을 매긴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손해액의 5배 이내 배상책임도 규정하고 있다. 시행 시기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은 2024년 1월 27일부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일로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중대재해법 외에 지난해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적용돼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50% 가중하고 하청근로자 사망 시 원청도 동일하게 제재하는 등 처벌 수준을 높여놓은 상황이어서 경영 부담이 더 커졌다.

이에 기업들은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대재해법이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52%(다소 위축 39%·매우 위축 13%)에 달했다.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 구속으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3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도급·용역 등의 축소로 중소기업 수주 감소 및 경영 실적 악화(24.5%) ▲인력 운용 제약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22.4%) ▲국내 자본 해외 유출 및 외국인 국내 투자 감소(13.6%)등 순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산업재해는 중대재해법과 같은 처벌 강화로 예방하기 어렵다"며 "산업안전시스템을 정비해 예방에 주력하는 동시에 기업 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중대재해법을 정비해 현장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30대 기업 CHO 간담회'에서 노조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경총 ]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30대 기업 CHO 간담회'에서 노조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경총 ]

손경식 경총 회장도 최근 중대재해법 문제를 지적하며 보완 입법을 정부에 요청했다. 손 회장은 "기업과 경영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중대재해법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자 책임 규정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영계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이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안전보건 조직을 확대해 '산업안전보건청'으로 독립 출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고용부 내 산업안전보건 담당 조직인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은 산업안전본부로 격상되고, 기능 및 조직을 확충해 산업안전보건청으로 독립 출범될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는 이달 중 입법 예고될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경영계가 요구해온 경영 책임자의 범위, 원·하청 관계 책임 소재 등 7가지 요구안을 모두 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영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 외부 컨설팅 받는 한화, 3Q에 대규모 투자…조선·건설은 '발등의 불'

상황이 이렇자 일부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 반년을 앞두고 선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노후설비 교체 및 시설물 보완 등 제철소 설비 개선과 안전 전담조직 신설, 협력사 안전작업 지원 강화, 설비 검사 강화 등에 총 1조3천157억원을 투자해 현장의 안전 환경을 개선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안전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안전투자 1조원은 향후 3년간 ▲노후·부식 대형 배관, 크레인, 컨베이어 벨트 등 대형 설비의 전면 신예화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 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 및 보강 ▲안전통로, 방호울타리, 작업발판 등 안전시설물 일제 점검 및 개선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강화 및 실제와 같은 교육 훈련 인프라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더불어 포스코는 중후장대 산업 특성상 제철소 작업 현장에 다양한 유형의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스마트 세이프티(Smart Safety)'를 도입해 무재해 사업장을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의 안전시설물을 보완하거나 안전 준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기존의 안전 활동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위험작업의 자동화 ▲위험예지 스마트 기술 구현 ▲안전 관리의 시스템화·스마트화 등을 통해 안전 재해 예방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올 초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올 초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LG그룹에선 LG디스플레이가 대응에 가장 앞장 선 모습이다. 지난 3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직급을 신설하고 신상문 부사장을 선임했을 뿐 아니라 안전관리 혁신을 위해 ▲전 사업장 정밀 안전진단 ▲주요 위험작업의 내재화 ▲안전환경 전문인력 육성 및 협력사 지원 강화 ▲안전조직의 권한과 역량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4대 대책도 내놨다.

또 LG디스플레이는 2담당 14개팀이었던 기존 안전환경 조직을 안전보건, 환경기술, 인프라 기술 등 7담당 25개팀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글로벌 안전환경센터'를 신설, 관리 체계를 갖췄다.

한화도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각 계열사별로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각 회사별로 안전관리 부서를 두고 있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제도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또 각 사별 컨설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3분기 안에는 이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 계획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조선업계와 건설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안전관리 조직을 격상시켜 근로자들 안전에 힘을 쓰고 있다. 기존 '담당' 단위에서 '본부' 단위로 격상해 '안전경영본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조선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회의를 갖는 등 안전 조직을 대폭 강화해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선소 내에서 사용 중인 생산설비를 개선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중간에 경로가 벗어나면 자동으로 설비가 멈추게 개선됐으며, 전기 구동 방식에서 공기 구동 방식으로 변경해 피복 손상으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을 없앴다. 또 사람이 유압으로 움직이던 장비를 전기 충전식으로 개선해 손끼임 사고도 해결했다.

현대건설은 고용부의 특별감독 돌입 직후 협력업체에 안전관리비 50%를 선지급하는 등 발 빠른 조치에 나섰다. 한화건설은 올해 초 대표 직속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하고 본사 안전관리팀의 활동폭을 넓혔다. 포스코건설은 안전보건센터 담당 임원을 본부장급인 CSO로 격상했고, GS건설도 CSO를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본사 차원의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요 그룹들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면서도 이를 공개하는 데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총 등 경제 단체들이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 같은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을 것으로 염려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각 사에서 상황에 맞춰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경제단체들이 중대재해법 시행을 두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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