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자·주민 볼모로 깡패짓 하는 건설노조


한국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6일 요양병원과 주거지가 있는 방향으로 확성기가 설치된 차량을 정차시키고 민중가요를 크게 틀어 주민들의 민원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있다. [사진=이영웅기자]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공사현장 노조가 새벽마다 주택가와 병원을 향해 확성기를 설치해 민중가요를 틀어대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환자들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저들은 합법적인 시위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지릅니다. 칼만 안 들었지, 깡패가 따로 없습니다."

한국노동자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이 매일 이른 새벽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김포시 구래동 H오피스텔(2022년3월 준공예정) 공사현장에서 5~6대의 확성기 차량을 동원해 집회를 펼치고 있다. 벌써 15일째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의 민중가요를 틀어댔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명분은 불법체류자 고용금지와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이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자신들의 노조와 계약된 1~3층 공사가 끝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노조원들이 공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감을 더 달라고 주민을 볼모로 '떼'를 쓰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확성기가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50m 안에 대형 오피스텔들과 요양병원이 위치해있다. 이들은 경찰과 지자체에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피해자는 "임신까지 한 상태인데 이들의 계속되는 집회로 아이의 건강까지 우려된다"며 "건설노조가 민중가요를 틀어대는데 광주항쟁과 노동자 인권을 위해 싸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알긴 아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과 지자체도 어쩔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집회 및 시위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이들 건설노조의 집회를 저지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소음측정외에 단속할 방법이 없다"며 "저들은 집회에 조직화된 '꾼'으로 소음측정도 교묘히 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뿐 아니라 전국민주연합 소속 건설노조와 전국건설인노조 등 다수 노조들도 전국 공사현장에서 집회시위를 일삼으며 세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청라를 비롯해 경기 시흥 등 전국 곳곳에서 노조간 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집회가 증가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집회시위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데 있다.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한 법률(집시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집회·시위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용할 것을 명령했다.

집시법에서는 기준 초과 소음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 확성기 일시 보관 등 조치를 할 수 있다. 소음 기준은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주변은 주간 65dB(데시벨) 이하, 야간 60dB 이하, 기타 지역 주간 75dB 이하, 야간 65dB 이하다.

하지만 건설노조들은 경찰이 출동하면 음량을 줄이거나 확성기 방향을 돌리는 등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 만큼 이들의 집회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악의적·조직적으로 주택가, 학교, 병원 등에서 주민을 볼모로 삼아 시위하는 건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회는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0시부터 7시까지 집회시위 제한 시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의 집시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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