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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팡의 발빠른 대처 속 아쉬운 대목은


22일 찾은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건물 외벽이 모두 검게 변했다. [사진=김태헌 기자]
22일 찾은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건물 외벽이 모두 검게 변했다. [사진=김태헌 기자]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쿠팡이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욱일기 제품 판매, 블랙컨슈머 갑질 등 연이은 악재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쿠팡 탈퇴 움직임이 일었고,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실 쿠팡은 일련의 논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대처를 보였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다음날인 18일에 강한승 대표이사가 직접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의 조속한 구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내용을 담으며 당국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화재 발생 이틀 뒤인 19일에는 김범석 창업자가 고 김 대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20일에는 고 김 대장의 유가족과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쿠팡은 22일에도 인근 주민들을 위한 피해지원센터를 열고 피해 보상에 나섰다. 이날은 쿠팡이 욱일기가 새겨진 제품 판매 논란까지 일었지만, 즉각 판매 중지 조치에 나섰고, 블랙컨슈머 논란에 대해서는 갑질 대응팀을 꾸려 쿠팡이츠 점주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쿠팡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김 창업자 때문이다. 발단은 그가 한국 쿠팡 이사회의 의장직과 등기 이사직을 모두 사임했다고 발표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화재가 발생한 17일이었다. 이는 곧 김 창업자가 화재 당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임한 것이란 논란으로 이어졌다.

쿠팡은 즉각 "김 창업자의 사임일자는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이라고 했다. "발표 시점이 화재 당일과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쿠팡이 밝힌대로 김 창업자가 사임한 날짜는 지난달 31일이 맞다. 김 창업자를 둘러싼 논란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소비자들도 분명 알았을 것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은 김 창업자를 둘러싼 오해에 대한 해명이 아니다. 김 창업자의 무책임한 모습에 화가 났던 것이다.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 진심 어린 사과의 모습을 보였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더라면 소비자들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쿠팡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국내 임직원만 6만여명에 다다른 대기업 규모로 몸집이 커진 유통 기업이다.

이제는 규모에 맞는 책임 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창업자의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에게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대신 '소비자 없는 쿠팡은 어떻게 살까'를 되물어봐야할 시점이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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