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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벌과 나비의 계절, 그들이 안 보인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과학 매체, 곤충 개체 수 기후 변화로 급감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비가 마당에 많았는데 최근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비가 마당에 많았는데 최근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 6월. 벌과 나비가 앞다퉈 피어있는 꽃에 가득해야 할 시간이다. 예전보다 훨씬 적은 벌과 나비만이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가열화(heating)로 곤충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NASA 기후변화 측이 연구한 것을 보면 암컷 바다거북이 둥지를 트는 해변 모래 온도 정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둥지의 모래 온도가 섭씨 31.1도이면 암컷 녹색 바다거북만 부화하고 섭씨 27.8도 이하에서는 수컷만 부화한다는 것이다.

최근 해변 모래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컷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게 적당하고 정상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성별 균형을 무너트리고 있다.

올해 3월 과학 매체 사이언스에는 미국 네바다대학의 포리스터(M. L. Forister) 생물학부 교수 등이 쓴 ‘미국 서부에서 나비 개체 수가 줄었다(Fewer butterflies seen by community scientists across the warming and drying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는 논문이 실렸다. 같은 날에 사이언스 지는 ‘따뜻해진 가을, 더 적은 나비들(Warming autumns, fewer butterflies)’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관련 논문을 보면 미국 서부지역에서 나비 개체 수가 연간 1.6%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온도가 높아진 지역에서 나비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온도 상승이 나비에게 생리적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발달과 동면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네이처 지에는 ‘기후변화가 벌 개체 수를 무너트린다(Climate change crushes bee populations)’는 논문을 실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생물다양성 연구원 제레미 커(Jeremy Kerr) 박사는 논문에서 “유럽과 북미 전역의 호박벌 종은 대륙 규모로 감소하고 있다”며 “분석한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기후위기가 이 추세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벌은 꽃가루 목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꽃잎 속에 파고들어 수술의 화분을 잔뜩 묻혀 암술머리에 붙인다. 꽃에 들어갔다 나온 벌은 온몸이 수술의 꽃가루로 범벅이다. 이른바 가루받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벌의 가루받이(수분)로 식물은 열매를 맺고 인류에게 맛있는 열매를 공급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나비와 벌 등 곤충과 동물의 개체 수 급감에 대해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서, 천적이 많아져서, 환경이 변해서 등의 여러 이유를 들었다. 최근엔 이 같은 배경과 함께 지구 가열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6년 유럽에서 벌과 나비 종 가운데 9%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간이 먹는 작물의 63%가 꿀벌을 통해 꽃가루받이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들어 야생벌 약 2만종에서 40%인 8천여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벌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은 열매를 맺는다. 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 식물 재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벌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은 열매를 맺는다. 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 식물 재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17년 5월 20일, 유엔은 이날을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로 정했다. 특정한 날을 정할 만큼 벌 개체 수가 전 세계적으로 급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구 가열화는 동물과 곤충 개체 수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벌과 나비가 사라지면 작물의 수분에 영향을 미쳐 세계 식량 공급에도 부작용이 일어날 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이치이다.

인간 활동으로 빚어지고 있는 지구 가열화가 동물과 곤충, 식물에 영향을 미치고 이제는 그 부작용이 인간에게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다.

◆관련 동영상 보기(https://youtu.be/ErLdFDyJJW4)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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