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저금리·고령화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예·적금에 편중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투자형'을 도입해 국민재산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세제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일 금융투자협회가 이광재·김병욱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한 '투자형 ISA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금융투자상품 전용 ISA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ISA를 영국 모델처럼 가입 목적에 따라 안전자산 위주의 '일반형'과 예·적금 등을 제외한 '투자형'으로 나눠 투자형 수익에 대한 전액 비과세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ISA는 예·적금, 펀드, 상장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손익통산과 비과세·분리과세를 적용받는 계좌로 2016년 3월 도입됐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체 잔고 중 예·적금 비중이 71.9%로 가장 높고,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안전자산 비중이 81.8%에 달한다.
최근 '동학개미' 열풍 등에서 알 수 있듯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ISA가 여전히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원은 "2000~2008년 국내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약 5%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0.8%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노후자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저축으로 30년을 운용해 기대할 수 있는 자산 규모는 3분의 1로 축소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퇴직 이후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미래 기대 수입 하락분을 보충하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산 비중 확대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인 자산관리 방향으로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에 유입돼 장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국민통장인 ISA에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은퇴 자산 축적'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퇴직·개인연금과 달리 ISA는 '국민재산 형성'이라는 목적대로 적극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 스타일에 맞춰 운용 결과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투자자를 유인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황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개선은 외국인 투자자와 같이 외부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며 "ISA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 금융자산의 장기수익률 제고와 자본시장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납입한도(2천만원)와 2023년부터 적용되는 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득에 대한 기본공제(연간 5천만원) 수준을 감안하면, 투자형 ISA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더라도 세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에 이은 패널 토론에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2023년 금융투자소득 과세제도 도입으로 비과세 한도 등에서 현재 ISA 상품이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며 "장기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 지원 등을 위해 ISA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대표로 참여한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올해 신규 도입된 투자중개형 ISA 가입자 수가 3개월 만에 58만계좌를 넘어섰는데, 회사에서도 놀랄 정도로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적절한 세제 지원을 통하면 부동산과 예·적금에 편중된 가계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등 자산관리시장이 선진국 형으로 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금융투자소득 과세 도입으로 세제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ISA가 또다시 예·적금 상품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ISA가 어떻게 국민재산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한도와 비과세 한도 확대 요구는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세제 균형성과 인센티브 등 형평성을 높고 적절한 균형을 찾는 방법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투자형 ISA는 자산형성 기능 강화 부문을 고려해 조세특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김병욱·이광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이광재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투자형 ISA를 신설해 상장주식이나 펀드, 채무증권 등 투자형 금융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주식이나 펀드, 채권에 대해서는 2년 이상 장기 보유 시 투자금액의 5%(150만원 한도)를 세액공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고난도상품 규제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완비된 상황에서, 이제는 금융소비자가 합리적 투자 판단으로 예·적금 등에 편중된 금융자산을 투자상품으로 전환해 스스로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금융투자업계 또한 자본시장의 성장을 통한 과실이 국민과 기업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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