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내재가치 없다"…금융당국 강경모드에 디지털자산 펀드 '빨간불'


비트코인 직접 투자 상품 불가…관련 기업 투자도 '눈치'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거래소 폐쇄'까지 경고하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 모드를 내비치는 가운데, 디지털자산 관련 펀드 상품을 준비하던 운용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픽=아이뉴스24 DB]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결제나 거래, 채굴 등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준비 중이던 한 운용사는 해당 상품 출시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해당 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도 이제 제도권으로부터 인정 받는 초기 단계에 진입해 향후 전망이 밝다고 보고 결제·거래·채굴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핀테크 및 디지털 혁신 금융·IT솔루션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내놓을 계획으로 준비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거래소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해당 펀드의 금융감독원 승인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와 관련해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례적으로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가상자산사업자가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고 기한까지) 만약 등록이 안되면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 상품화 시도 속 금융당국 '눈치' 보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해외 자회사인 호라이즌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해 캐나다 증시에 상장한 사례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금융 상품 출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등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 자산의 가격이 신뢰성 높은 기관을 통해 지수로 산출돼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아직 가격 신뢰성이 부족해 지수화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관련 투자 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등의 지수화를 위한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디지털자산 지수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두나무로부터 디지털자산 관련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제공받고, 에프엔가이드는 이를 토대로 디지털자산 관련 지수를 개발하고 공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자산의 지수화에 성공할 경우 ETF 등 금융상품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수 산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상품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돼야 하는데, 기초 자산의 건전성 측면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투기 억제 기조를 강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관련 상품을 승인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승인된 사례는 없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달 말 비트코인 ETF 승인 심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오는 6월로 한 달 가량 연기가 결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이와 관련한 상품 출시는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암호 화폐에 직접 투자하진 않지만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거나 채굴업체나 투자 기업에 기업에 투자하는 BLOK·BLCN·LEGR·KOIN 등의 ETF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운용사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 기업이나 채굴 업체, 투자 기업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펀드 상품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이마저도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암호화폐 시장 관심 지속…"투자자산으로 재평가 기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향후 투자자산으로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손하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ETF 승인 심사 결과 발표 등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기대를 높이는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 편입 계획을 밝히며 시장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규모이자 리테일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비트코인 펀드인 GBTC(Grayscale Bitcoin Trust)는 지난해에만 약 4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GBTC는 리테일 외에도 블록체인 관련 테마 ETF와 펀드에서 활발히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을 직접 투자하지 않고 GBTC와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유는 개별적인 비트코인 계좌 개설에 대한 부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안에서의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많다"며 "기존과 달리 다양한 투자 주체, 규제와 세제 등이 구체화되고 있고, 금융 상품 확대가 진행된다면 독립적인 투자자산으로서의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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