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戰 합의] LG엔솔·SK이노 전격 합의 배경은?


한미 양 정부 합의 '적극 종용' 中 추격·공급망 불안 등 작용한 듯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양강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3년째 진행 중인 법적 공방을 마침내 끝냈다. 양사가 분쟁 종식을 위한 전격적인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LG엔솔, SK이노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연방법원 및 국내 법원을 통해 10여건의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별도로 영업비밀 침해 관련 SK이노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현지시간 10일) 미국 ITC SK이노 수입금지 조치 백악관 거부권 행사 하루 전 전격 배터리 분쟁해결에 합의했다. SK이노측이 LG엔솔에 지급할 배상금 규모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뉴시스]

양사가 지루한 법적 분쟁을 이어오는 동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불안,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급성장에 따른 국내 배터리 업계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같은 국내외 비판이 LG엔솔은 물론 SK이노 경영진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1일 외신 및 LG엔솔, SK이노 양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양사 경영진간 SK이노의 LG엔솔에 대한 배상이 핵심인 합의안이 마련됐다. 합의내용은 양사가 조율 중인 가운데 11일 오후께 발표될 전망이다.

이날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월 ITC 결정에 대힌 거부권 행사 최종시한 하루 전이다. ITC는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며 10년간 SK이노의 미국 내 배터리 판매금지를 결정했다. ITC에만 이 외에도 양사간 2건의 특허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며 연방법원에선 별도의 손배소송이 진행 중이다.

SK이노의 경우 이번 ITC 결정이 집행되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내 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내 기존 공장 외 2개 공장을 증설하며 3조원 이상을 투자, 내년부터 본가동에 들어간다. 더구나 판매금지가 이뤄지면 미국 내 전기차 업체들에 대한 공급계약 미이행으로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줄 위험성이 크다.

LG엔솔측은 양사간 소송전의 발단이 된 SK이노측 대규모 인력탈취 및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최소 3조원 이상의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SK이노에 제시한 합의안의 핵심 내용인데, SK이노측은 이같은 금액이 배터리 부문 전체 매출을 넘어서는 지나친 요구라며 거부했다. 2019년 양사 경영진이 합의안 마련을 위해 접촉한 이후 줄곧 양사 주장이 평행선을 이룬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데는 한미 양국 정부는 물론 완성차 업체 등 관련 업계의 강력한 요구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의 배터리 판매가 중단될 경우 전기차 생산을 공격으로 늘리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 직격탄이 된다. ITC도 그 때문에 폭스바겐 2년, 포드 4년으로 SK이노 배터리 구입에 유예기간을 뒀다.

SK이노측은 ITC 결정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기대한 입장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외기업인 SK이노, LG엔솔의 어느 한 편을 들어주는 상황이 된다. 무역분쟁조정 및 조사기관인 ITC의 법적 판단을 뒤집으면서까지 백악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ITC가 1916년 설립된 이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6건에 불과할 만큼 그 행사 자체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SK이노의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주의 일자리 축소, 투자철회에 대한 미국 내 우려는 여전하다. 전기차 등 관련 업계의 공급망 불안을 감안해 양사 합의도출을 종용하는 게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블룸버그의 경우 "ITC 판결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한 수입금지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한국과 미국 정부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대전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글로벌 배터리 양강의 분쟁이 반가울 게 없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 투자로 급성장하는 상황이다. 배터리를 비롯한 국내 핵심 소재업체들에 대한 신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국민에 이렇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되느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양사 합의가 이뤄진 만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 수입금지 조치는 이행되지 않는다. 또한 국내외 진행 중인 소송도 모두 취하될 전망이다. 다만 당초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한 1조원에서 배상금 규모 자체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향후 SK이노측 배터리 사업에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합의안 내용이 주목된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