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질 수 없다"…절치부심한 롯데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유통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격전지를 옮기나 싶더니, 신세계가 프로야구판에 뛰어들며 불을 지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롯데를 도발했다.

롯데의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에 신세계에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 롯데는 올 한해 온라인 사업 경쟁력 확대에 방점을 찍어 신세계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던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유통 시장을 두고 맞붙었다. 지난해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비대면 소비문화가 자리매김하며 온라인 유통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탓이다.

경쟁의 포문은 신세계가 열었다. 신세계는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해 초대형 유통 연대를 맺은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온라인 여성 패션 1위 플랫폼인 'W컨셉'을 인수했다.

신세계는 그동안 정 부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온‧오프라인 통합에 따른 시너지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도 절치부심에 나섰다. 최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신세계에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온라인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도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롯데는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온은 재정비할 방침이다.

롯데온은 롯데가 온라인 시장 첨병으로 육성했으나 초기 시장 진입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온의 사업 부진을 책임지고 지난 2월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이 사임까지 했다.

롯데는 조 대표의 후임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해 롯데온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계획이다.

더불어 롯데는 중고시장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등을 새로운 공략지로 설정했다.

지난달 23일 국내 온라인 중고 판매 1위 플랫폼인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원 규모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거래액을 웃도는 수치다.

중고시장이 MZ세대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고나라는 향후 롯데의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온을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이베이코리아 인수만한 카드도 없다.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업계 선두권으로 단숨에 치고 나갈 수 있다.

롯데온 수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출신을 영입한 것도 롯데의 인수전에 대한 의지가 묻어난 것이라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생존을 위해서라도 양사가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어느 누구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과에 따라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