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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안락사는 없다'던 천안 유기견보호소, 보호견들은 어디로?


"수 백마리 입양 해야하는데"...애가 타는 봉사자들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임대 기간 만료로 폐쇄 위기에 몰렸던 충남 천안시 유기견보호소의 기간 연장으로 보호 중이던 유기견들이 안락사 처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임대 기간 연장이 오는 8월말까지의 한시적이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천안시는 유기견을 '안락사 하지 않고 모두 입양을 추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몇 달의 기간 동안 수백 마리의 유기견을 입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락사는 없다 그러나 갈 곳도 없다

19일 천안시와 보호소 봉사자들에 따르면 현재 목천면 교천리에 위치한 유기동물보호소는 2년간 시의 위탁으로 운영 돼 왔다. 유기동물보호소 임대 기간은 이달 말로 예정 돼 있었지만 최근 8월까지로 연장했다.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이달 말 보호소를 폐쇄하면 당장 유기견들의 갈 곳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안을 고심하던 천안시가 임대 기간 연장이라는 임시방편을 내세운 것이다.

천안시는 올 1월 새로운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고 유기동물보호소 관리를 결정했다. 그러나 신규사업자인 A업체는 '기존 유기견은 인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계약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업체는 천안삼거리 인근에서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활동을 하고있다. A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기견은 100여마리 정도다.

시는 A업체와 계약을 했음에도 현재 기존 보호소에 남아있는 유기견 관리가 어려워 기존 위탁해 오던 B업체와 별도의 연장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B업체와 연장 계약은 보호소 임대 기간인 8월까지다.

시 관계자는 "올해 연말 천안시는 동물복지시설개선과 안정적 관리를 위해 총 사업비 45억원을 들여 위탁이 아닌 직영 동물보호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그때까지 남은 유기견들을 모두 입양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래도 남은 유기견이 있다면 그쪽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천안시 유기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사진=이숙종 기자]

◆봉사자 손길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

그러나 봉사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봉사자들은 "'안락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달 말에 보호소 임대 만료로 애가 탔던 것도 봉사자들이고, 다행히 최근 8월말까지로 보호소를 연장했다지만 8월 이후의 상황을 걱정하는 것도 봉사자들"이라며 "수 백마리 유기견의 입양이나 기증이 단 시간 내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시는 '여기서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들을 시 직영동물보호센터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지만 그 곳에 수용할 수 있는 유기견은 150마리 남짓"이라며 "새로운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기견도 100마리정도 되는데 여기 250마리 중 200마리 넘게 입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봉사자들은 또 "말만 입양 추진이지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변정은(52·여)씨는 "시는 입양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의 품종과 나이 특성 등이 적힌 이름표 조차도 제대로 없었고 그 작업을 하는 것도 봉사자들의 몫"이라며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봉사자들의 발길도 줄어든 상황에서 유기견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일, 산책을 시키고 입양을 위한 사진을 찍는 일 등 일주일 내내 봉사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자들은 유기견들이 안타까워 봉사를 자청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이곳을 찾는데 특히 심장사상충 같은 질병 관리 등 중요한 일들도 봉사자들이 나서고 있다"며 "시는 심장사상충 키트와 약품을 지원하고 수의사를 고용하려 했지만 나서는 수의사는 없었다. 결국 봉사자들이 자비로 수소문을 해서 접종 수의사를 찾기도 했다 "고 말했다.

천안시는 유기견 1마리를 입양하는데 25만원의 보조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유기견을 데리고 가겠다는 문의는 많지 않다.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임대 연장기간 동안 250여마리 유기견 입양이 이뤄져야 한다.[사진=이숙종 기자]

◆위탁 아닌 천안시 직영보호소 올해 건립

지난 1월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곳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하면서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지 않고 가정으로 입양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기동물 관리에 지자체장이 직접 나선 것을 두고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천안시는 올 연말까지 목천읍 일원 토지를 매입해 보호시설, 동물병원 등 5개동 연면적 1700㎡ 규모의 동물보호센터를 건립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정책을 위해 동물보호, 복지제도, 동물 관련 인프라 확충 등 관련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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