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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사외이사 모셔라"…재계, 새 자본시장법 시행 앞두고 인력 확보 분주


내년 8월 女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현대차·LG·SK·한화 등 이사회 여성 비중 확대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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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 8월 시행될 새 자본시장법 여파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선임이 필수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하게 한 것이다.

그동안 기업 이사회는 주로 남성 교수, 법조계 및 관료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실제로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가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곳 중 70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현재 5% 정도에 불과했다.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숫자는 441명으로 집계됐다. 400명이 넘는 사외이사 중 여성은 35명(7.9%)에 그친 반면, 남성은 406명(92.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회사들의 여성 이사회 진출 비율은 지난해 28%를 기록했다. 스웨덴(24.9%), 영국 (24.5%) 역시 이사회 여성 비율이 20%대로 우리나라 기업들보다 높았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까지 확대했고, 독일도 최근 3명 이상의 이사회를 가진 상장 회사의 경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는 방안에 합의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내놓은 '2021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151개 사 중에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이사회 안에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48개 사에 걸쳐 총 57명에 불과했다.

이사회에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있는 곳은 SK하이닉스, 한국가스공사, 삼성물산, SK텔레콤, KT, 롯데쇼핑,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롯데케미칼, 삼성중공업, KT&G, 한화솔루션, 포스코인터내셔널, 네이버,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 넷마블, 강원랜드, 한온시스템, CJ E&M, 엔씨소프트, 롯데칠성음료, 호텔신라, 금호타이어, 세아베스틸, 한진중공업, 한국캐피탈, 대상, 효성, 미래에셋대우, 현대해상화재보험, 미래에셋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키움증권 등으로 나타났다.

2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에쓰-오일, 카카오, OCI, KB금융지주, 삼성카드 등이다. 3명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 곳이다. 2020년 3분기 기준 선임돼 있는 총 57명의 여성이사는 대부분 사외이사(48명)였으며, 나머지는 사내이사(4명), 기타 비상무이사(3명), 비상임이사(2명)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선임된 여성 사내이사 4명 중 2명은 지배주주일가와 관련 있는 이사로 실질적으로 이른바 '유리천장'을 극복한 여성 사내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며 "향후 약 1년6개월 안에 103명 이상의 여성이사가 추가 선임될 예정인데, 제도 시행 초기라서 상장회사 이사로서 적합한 전문성을 지닌 인재풀이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교수(왼쪽),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사진=LG그룹]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교수(왼쪽),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사진=LG그룹]

이같은 분위기 속에 내년 8월 새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여성 이사를 두지 않았던 현대차, SK, LG, 한화 등 일부 지주회사들이 속속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다음달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정한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고, 기아(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와 현대글로비스(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 현대제철(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등도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했다.

LG그룹 5개 상장사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키로 했다. LG하우시스와 지투알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LG전자와 ㈜LG, LG유플러스도 이사회를 열어 올해 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자산 2조 원 이상 LG 상장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다음달 시작되는 주주총회 시즌에서 SK, 한화 등 일부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올해 2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SK㈜는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선 최소 1명은 여성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것으로 관측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여성을 포함한 기존 이사들을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할 예정이며, 이 외 다른 SK계열사들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들도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2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도 올해 주총에서 여성을 포함한 기존 이사들을 재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내년께 150명 내외 수준의 여성들이 이사회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100대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중 여성 등기이사는 2019년 28명에서 작년 49명으로 75.0%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 중심 이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해온 기업은 많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 사외이사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 조직 운영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라서 상장회사 이사로서 적합한 전문성을 지닌 인재풀이 넓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적합한 여성 사외이사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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