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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노화 타이머 '텔로미어' 새로운 구조 발견


이준호 서울대 교수팀, 세포 노화 타이머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발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연구팀이 아주대 생명과학과 박대찬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형태의 텔로미어를 발견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포유류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가 새롭게 재구성된 사례를 보고했다. 포유류에서 텔로미어의 염기서열이 TTAGGG가 단순 반복되는 구조가 아니라 다른 서열로도 재구성될 수 있음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다.

세포노화의 비밀을 푸는 단서로 '세포타이머'라고도 불리는 텔로미어가 지금까지 보고된 것처럼 특정 염기서열이 단순반복되는 형태가 아닌 다른 서열로도 재구성될 수 있으며, 세포가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메커니즘도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준 '텔로머레이즈' 효소 외에 다양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 암 세포에서 또 다른 형태의 텔로미어가 존재할 가능성이 드러났으며, 텔로미어라는 개념이 염색체 끝 부분의 반복서열구조와 텔로머레이즈 효소로 이루어진 단순 공식이 아니라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다양한 기전을 총칭하는 말로 확장되는 데 기여하게 됐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서울대 이준호 교수(왼쪽)와 아주대 박대찬 교수 [서울대 제공]
서울대 이준호 교수(왼쪽)와 아주대 박대찬 교수 [서울대 제공]

텔로미어(telomere)는 그리스어로 끝을 뜻하는 telos와 부위를 뜻하는 meros의 합성어로 선형염색체의 끝 부분을 구성하는 동시에 보호하고 있는 구조를 지칭한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중요한 유전 정보를 가지는 DNA를 대신해 사라지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하며, 텔로미어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는 세포 노화 상태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의 타이머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체세포는 텔로미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전이 없지만, 활발히 분열하는 생식 세포나 줄기 세포는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라는 효소를 사용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한다. 암세포 또한 대부분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고 무한한 분열 능력을 가진다. 이 효소는 텔로미어 끝 부분에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특정 염기서열(포유류의 경우 TTAGGG)을 반복적으로 붙여 DNA 감소를 억제하게 된다. 세포 타이머와 이를 되감을 수 있는 효소의 발견에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되었다.

텔로미어 길이를 적절히 조절해 분열 수를 조절하면서 세포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세포 노화 및 개체 전체의 노화과정에서 중요하다. 세포의 타이머를 되돌려 텔로미어가 계속 유지되도록 한다고해서 무조건 유익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암세포(85%)에서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나타남을 확인했고, 일반적인 세포에 텔로머레이즈를 과하게 발현시키면 무한한 분열 능력을 가지고 암세포화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 유지 기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의 암세포에서는 텔로머레이즈를 사용하지 않고 텔로미어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견됐는데 이를 ‘대안적인 텔로미어 유지기전(ALT)’이라고 부른다. 자연에는 ALT를 통해 텔로미어를 유지할 때 독특한 염기서열을 갖는 생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 암세포의 경우에는 ALT를 사용하더라도 염기서열은 정상세포의 텔로미어와 같이 TTAGGG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조로만 발견돼 다른 생물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텔로미어가 진화적으로 가장 안정된 형태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포유류에서도 텔로미어가 TTAGGG 단순반복서열이 아닌 다른 서열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텔로머레이즈가 불활성화된 생쥐 배아줄기 세포를 계속 배양하다 보면 텔로미어가 점차 짧아지고 분열이 느려지는 시기가 오는데, 아주 일부의 세포에서 ALT가 활성화되어 정상적인 분열 속도를 회복한 것을 관찰했다. 이때의 ALT 세포는 단순반복 서열이 아닌 독특한 서열이 증폭된 구조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서열을 ALT 텔로미어에서의 주형이라는 의미에서 mTALT (mouse template for ALT)라고 명명했다.

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며 점차 분열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워진다.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없는 생쥐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하면 마찬가지 현상이 관찰된다. 대부분의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어 나간다. 하지만 그 중 아주 일부의 세포는 ALT 기전을 활성화하고 텔로미어 길이 및 성장 속도의 회복이 일어난다. 이 때 텔로미어 서열은 단순한 반복 서열(빨간색)이 아닌 새로운 서열(파란색, mTALT) 위주로 재구성된다. ALT 세포에서는 HMGN1 단백질이 텔로미어에 결합하여 RNA를 생산하고 R-loop 구조를 형성하여 텔로미어 유지에 도움을 준다. [서울대]
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며 점차 분열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워진다.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없는 생쥐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하면 마찬가지 현상이 관찰된다. 대부분의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어 나간다. 하지만 그 중 아주 일부의 세포는 ALT 기전을 활성화하고 텔로미어 길이 및 성장 속도의 회복이 일어난다. 이 때 텔로미어 서열은 단순한 반복 서열(빨간색)이 아닌 새로운 서열(파란색, mTALT) 위주로 재구성된다. ALT 세포에서는 HMGN1 단백질이 텔로미어에 결합하여 RNA를 생산하고 R-loop 구조를 형성하여 텔로미어 유지에 도움을 준다. [서울대]

연구팀은 텔로미어 결손 과정, 세포 노화, ALT 활성, ALT 안정화 과정을 시간 순으로 프로파일링하기 위해 최신의 다양한 오믹스 기법(유전체, 전사체, 단일세포 전사체, 단백질체 분석)을 활용했다. 이 과정은 서울대학교 김종서 교수팀 및 아주대학교 박대찬 교수 팀과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핵심적인 발견으로 HMGN1이라는 단백질이 ALT 세포의 안정적인 텔로미어 유지를 위해 기능한다는 것을 밝혔다. HMGN1은 ALT 텔로미어에 결합해 텔로미어의 3차원적인 구조를 느슨하게 하고 텔로미어로부터 RNA가 생산되도록 유도했다. 텔로미어에서 생산된 RNA는 자신의 주형인 텔로미어 DNA와 상호작용함으로써 RNA-DNA 루프(R-loop)를 형성하는데, 이 루프가 텔로미어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한 신호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포유류 텔로미어에서 새로운 구조가 진화할 수 있음을 분자적인 수준에서 밝힘으로써, 앞으로의 텔로미어 기전 연구 및 노화, 암 생물학 연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는 2월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논문명 : Telomeres reforged with non-telomeric sequences in mouse embryonic stem cells)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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