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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금융인] 이계문 서금원장 "서민 아래 서겠다…'언더+스탠딩'의 자세로"


(인터뷰)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금융 고충 들어준 것만으로도 엉엉 울어"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서민금융원 본원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서민금융원 본원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언더스탠드(Uuderatand)라는 영어 단어를 왜 '이해하다'라고 해석할까요?"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민금융진흥원 본원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이어지는 설명에 이 원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해하려면 상대방 밑에 서서 사안을 봐야 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해요. 우리는 서민들 밑에 서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야 서민들이 우리를 편하게 생각하고 연락하고 찾을 겁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원장이 2018년 10월 취임 이후 걸어온 지난 2년 3개월간의 시간이 그랬다.

기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기관을 이용하는 서민들, 실제 수요자 관점에서 기관을 바꿔 정책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췄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서금원과 신복위의 고객인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이 원장에게 어떻게 변화를 이끌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 "지금 이순간, 실시간 통계로 서민금융 추이 살핀다"…맞춤대출 증가·상담 예약 적체 해소

이 원장은 여느 기관장들과 달랐다. 분명 정장 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는데도 격이 없이 술술 풀어내는 화법 때문이었을까. 경직돼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사진을 찍어야 하니 걸치고 있던 경량 점퍼를 벗는게 어떠냐니까 있는 그대로도 괜찮단다. 행정고시 34회로 기획재정부에서 29년간 몸담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기엔 불필요한 겉치레를 싫어하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는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불필요한 일은 줄이고 필요한 일은 꼼꼼하게 챙기자는 생각이다. 취임 직후 몇 번외에는 여태까지 오후 6시 이후까지 야근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데 힘쏟지 말라며 핵심 내용만 간추려 구두 보고를 받기도 한다.

대신 '통계'는 꼼꼼히 본다. 2019년에 일일 단위로 서금원과 신복위의 분야별·지역별로 내부 실적(상담, 맞춤대출 등)과 같은 통계를 볼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이 원장은 "통계를 알아야 뭘 바꿔야 될지 알 수 있고 최근 트렌드(추세)가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며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대개 분기나 반기에 보고를 받아, 그때서야 (문제를) 고치려고 하면 고쳐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계속 변화를 추구해서인지 이 원장 취임 이후 서금원과 신복위의 실적은 눈부시다.

서금원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맞춤대출 서비스의 실적이 빠질 수 없다. 서금원은 지난해 맞춤대출 서비스로 10만7천181명에게 1조418억원 지원해 지난 2018년에 비해 이용자와 지원금액 규모가 각각 4.6배, 3.6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맞춤대출 서비스는 새희망홀씨,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이나 금융사의 일반 신용대출 등 64개 금융사의 150여개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해서 고객에게 최적의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서금원은 27만1천730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해 이 원장 취임 첫 해인 2018년보다 3.8배 수준으로 늘었다.신용회복위원회의 취약계층 대상 금융·신용교육도 지난해 48만706명으로 2018년보다 68.9%나 증가했다.

◆ 어떻게 바꿨길래?…"사소한 변화가 쌓여 혁신을 만든다"

서금원과 신복위 두 기관은 그동안 뭘 바꿨던걸까. 고객 서비스 혁신을 위한 '수단'인, '시스템'을 바꿔서 이같은 성과가 가능했다.

이 원장은 먼저 신복위의 채무조정,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상품 등을 연계하는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을 바꿨다. 시스템의 개선 방향은 서금원, 신복위 두 기관의 고객인 '서민'이다. 언제, 어디서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손봤다.

두 기관 모두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챗봇상담을 도입하면서 서금원과 신복위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각 기관은 맞춤대출 앱, 채무조정 앱을 내놨다.

특히 서금원의 맞춤대출을 이용할 때 써야 하는 입력항목도 당초 33개에서 자난해 초 17개, 지난해 말 13개로 순차적으로 줄였다. 신복위에서 채무조정‧소액대출 등에 대한 예약대기 일수가 2019년 14일에서 지금은 '0일'이다. 상담 인력을 늘리고 문자 메시지로 비대면 신청 절차를 마련해 개인정보 동의 받는 시간을 1분30초에서 10초로 줄인 덕택이다.

이 원장은 "작은,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혁신이 된다"며 "2019년 1년 내내 내부 시스템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금원은 2019년 상반기부터 실적이 바뀌기 시작했고, 신복위의 고질적인 예약 적체 문제도 작년 5~6월부터 줄기 시작해 연말에 제로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비대면 채널을 활성화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서금원과 신복위 두 기관은 끄떡없었다. 이미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미리 준비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복위는 코로나19로 특별상환유예 신청자가 증가했는데도 예약 적체는 되레 줄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인터뷰 후 촬영을 하며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인터뷰 후 촬영을 하며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결국에는 느껴봐야 안다"…변화의 시작은 '현장'

사실 이 원장은 임기 3년의 기관장이다. 일종의 '고위 계약직'인 셈이다. 그런 그가 임기 내에 '적당히' 자리만 지키기보다는 이렇게 시스템을 바꾸며 변화를 추구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어차피 인생 두번 사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을 하면서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내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 스스로도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기에 스스로 고객들에게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에 사업을 주로 위탁하는 서금원 직원들에게는 고객인 서민의 입장에서 느껴보라는 '공감' 능력을 중시한다.

또 직원들과 소통하면서도 서금원과 신복위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으면 잠깐이라도 써보고 찾아본다. 현장에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봐야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 연수나 자원 봉사 등을 다녀온 직원들은 다 생각과 태도가 바뀐다"며 "나도 직접 상담을 해봤는데, 고충을 들어준 것만으로도 엉엉 우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한다.

이 원장은 지난 2년간 50개 센터 중 37개 센터 및 24개 전통시장을 방문해 81명과 상담했다. 대학교에 금융교육을 나가고, 때마다 봉사활동을 다닌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모든 직원들과 직급별로 5번씩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내부 분위기부터가 달라졌고 고객들이 서금원을 찾았다. 신용회복위원회 노조는 취임 2주년을 기념에 지난해 이 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 [사진=서민금융진흥원]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 [사진=서민금융진흥원]

◆ 아직 할일이 많다…'신용‧부채관리 컨설팅'·'서민금융 성실상환 우대론' 안착

이쯤되면 변화는 충분한 것 같아도 아직 이 원장의 할 일은 산더미다. 개선한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할 숙제가 있다.

개인의 재무상태에 맞게 채무조정 상담 중에라도 복지 상담으로 연결하고 차주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해 단계별로 서금원의 정책서민금융 등 맞춤대출을 연계한다.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면 이를 발판으로 신용도가 상승하고, 이를 향후에 1금융권 은행 대출까지 가능해지도록 만드는 큰 그림이다.

이런 연계가 충분히 단단해지도록 올해 서금원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의 안착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은 서민금융 이용 고객의 신용도 상승을 지원하는 것으로 고객들의 신용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럼 고객들은 전북은행 등 1금융권에서 '서민금융 성실상환 우대론'의 중금리대출을 이용하는 등 1금융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이를 점차 확대시키겠다는 얘기다. 현재 전북은행은 우대론을 취급하기 위해 11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 원장은 "신용·부채 컨설팅 등은 상담 강화를 위해 추진한 것인데 이를 통해 은행과 링크(연결)가 가능해진다"라며 "현재 전북은행외에도 광주은행 등에서도 관심있어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대출 분석을 하고 있다"며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고객들의 신용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협, 새마을금고 등 민간 서민 금융사와 온라인 햇살론‧맞춤대출‧금융교육 등에 대한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복위도 이같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상담 시범사업을 구축해 무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한편, 온라인 앱에다 개인에게 맞는 채무조정 제도와 상환 예상액 등 자가검진시스템을 구현한다. 채무조정 상담 중 복지상담 등 상호연계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자활센터 등과 양방향 네트워크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 2019년 말 기준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88만명에 달한다. 신복위나 서금원 등의 잠재 고객으로 아직도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은 많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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