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국민·경남銀 17개 은행, 13년만에 해외펀드 환차익 세액 1340억 돌려준다


2007~2009년에 비과세 해외펀드에 부당 징수된 환차익 세액 소송서 합의…경남은행 시작으로 고객에게 환급 돌입

서울 여의도의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 17개 은행이 소송을 시작한지 8년만에 해외펀드에 부당하게 부과됐던 환차익에 대한 세금 1천340억원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았다.

기나긴 소송 끝에 세금을 돌려받았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가 됐던 2007~2009년에 은행권이 판매한 비과세 해외펀드가 1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컸기 때문에 수십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에게 환급금을 어떻게 돌려줄지가 관건이다.

◆ 17개 은행, 비과세 해외펀드 환차익 세금 부당 징수 승소…13년만에 1천340억원 환급받아

27일 금융권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17개 은행이 공동으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소송가액 1천946억원 중 상당 부분인 약 70%인 1천340억원을 국세청이 은행들에게 돌려주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법원이 내린 화해권고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사실상 은행 17곳이 국가로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셈이나 다름없다.

해당 은행은 신한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우리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기업은행·산업은행·SC제일은행·씨티은행·하나은행과 수협중앙회, 홍콩상하이은행이다. 옛 외환은행도 포함됐지만 하나은행과 통합돼 총 17개 은행이다.

이는 2012년 소송을 제기한지 8년만에 나온 결과다.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을 판매한 시기인 2007년부터를 따져보면 13년만에 나온 결과다.

1천340억원이라는 환급금은 과거에 국세청이 부당하게 받아간 환차익의 원천징수세액 원금에, 환급가산금이 더해져 책정됐다.

환급가산금은 단순하게 말하면 지난 10여년간 돌려줘야 하는 세금 원금에 대한 이자다. 일반적으로 납세자들이 세금이 기한내에 못내면 가산금이 붙는 것처럼, 국세청이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돌려줄 때도 늘어진 기간만큼 이자를 더해 준다는 의미다. 국세기본법 제52조1항에 따르면 환급가산금은 금융사 등의 예금이자율을 고려해 결정된다.

◆ '지난한' 사건의 시작은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한 환차익 분리과세

이번 사건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주식형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발단이었다.

금융당국이 해외펀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역내에 설정된 해외펀드에 비과세 혜택을 주자, 당시 고객들이 줄줄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해외펀드에 가입했다. 이때 일반 고객들이 많이 가입한 상품은 대표적으로 차이나펀드, 브릭스펀드, 브라질펀드 등이었다.

당국은 관련법에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 비과세한다고 명시했기에 환차익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준이 없었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환차익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해 세금을 원천징수해서 국세청에 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가 문제였다.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면서 증시가 고꾸라졌고 주식형 해외펀드들이 줄줄이 원금손실이 나기 시작했는데 환차익에 대해서는 계속 세금을 매겼으니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이 더 커졌다.

부글부글 끓던 일부 투자자들은 2009년 들고 나섰다. 비과세 상품으로 명시해놓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 징수는 부당하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소송 끝에 2016년 법원이 해외펀드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세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부당하게 징수한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시효, 제척기간 때문이었다. 고객이 금융사에 부당하게 징수한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고, 국가에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은 5년이다.

적시에 소송 등으로 시효가 흘러가는 것을 막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칫 시기를 놓쳐 은행이 고객에게 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이에 은행들이 공동으로 2012년 소송에 나섰고 8년만인 지난달에 결론을 얻어낸 것이다.

BNK금융지주 사옥 [사진=BNK금융]

◆ 신한·KB국민은행 펀드 판매액만 약 7조원…환차익 세금 어떻게 돌려줄지가 관건

어렵사리 결론을 내렸지만 은행들에게는 앞으로가 더 복잡하다. 이번에 국세청이 돌려준 1천340억원은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17개 은행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경남은행이 가장 먼저 나섰다. 경남은행은 오는 2월5일부터 환급금을 돌려주겠다고 고객들에게 안내를 시작했다.

경남은행에 계좌가 있는 고객은 환급세액과 환급가산금을 본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준다. 환금 입금계좌를 바꾸고 싶으면 다음달 3일까지 계좌번호를 수정 요청해야 한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환급 절차는 이달부터 진행중으로 해당 고객들에게 통보하고 있다"라며 "경남은행과 거래한지 오래돼 정보를 찾지 못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전산작업을 통해 추후에 한번 더 안내할 계획"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세금 환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은행권에서 비과세 해외펀드를 많이 판매했던 곳으로 꼽히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은 현재 환급 준비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어떻게 환급받은 세금을 고객들에게 돌려줄지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사이 당행과 거래를 안하거나 개인정보가 삭제된 고객들도 있어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펀드 거래를 더이상 하지 않아도 입출금계좌 등을 바탕으로 환급받은 세금을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나 홈페이지 공지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판매했던 비과세 해외펀드의 규모가 매우 크다.

앞서 2007~2009년에 판매된 비과세 해외펀드는 총 24조5천억원으로 은행이 13조 9천300억원, 증권이 8조4천500억원, 보험이 2조930억원 판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해당 펀드 판매액은 각각 3조원, 4조원 등 총 7조원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급 세금에 대해 어떻게 돌려줄지는 각 은행들이 앞으로 알아서 돌려줘야 한다"며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 규모가 큰 주요 시중은행들의 경우는 아무래도 규모가 크다보니 고객들에게 환급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망을 한 고객인 경우 상속 등과 같은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극소수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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