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당국이 조만간 고액 신용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당장 규제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 놓자는 가수요가 다시 한번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등의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1분기 중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액의 기준은 선례을 봤을 때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로 한정될 가능성이 점쳐지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세부과제·기준과 시행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향후 금융권 의견수렴 등을 통해 심도 있게 논의·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원금+이자 같이 갚아라…"대출자 빚갚기 부담 커져"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빠르게 증가하는 고액 신용대출을 강도 높게 조절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는 결국 갚아야 하는 부분"이라며 "대출을 조금씩 나눠서 갚도록 하면 차주에도 도움이 되고 은행도 건전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년 말보다 112조원(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대출만 100조5천억원 늘었는데, 주택담보대출이 68조3천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2조4천억원 늘었다.
저금리 기조에 빚투(빚내서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이 성행하면서 차주가 고액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대출은 돈 빌리는 기간에는 이자만 내고 대출 만기에 한꺼번에 갚은 만기일시상환방식이 보통이다.
만약 앞으로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게 되면 한달에 갚아야 하는 금액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고액의 신용대출을 빌린 차주에 한해 적용한다고는 해도 소비자의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면에서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미리 신용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다시 완화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년 이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하는 방안을 시행하자 일단 대출부터 받아놓자는 가수요가 들끓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차주들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기 힘겨울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전에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은행 자산 건전성 개선에는 도움
다만 전문가들은 고액 신용대출의 원금분할상환방식을 의무화하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동성이 풍부한 요즘, 향후 전체 가계부채를 조절하고 부동산 등 특정 부문의 자금 쏠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가용자금의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울러 일시적으로는 신용대출의 허들이 높아져 혼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원금 상환을 이자와 같이 하면 은행으로서는 자금 운용과 리스크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방식이 의무화되면 향후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정상적으로 리스크가 노출되고 이에 따라 은행도 적정한 수준의 충당금을 쌓을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과 시장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의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대출만기 시에 갑자기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사례를 대비해 은행이 대출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신용대출은 이자만 갚다가 만기시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를 주택담보대출처럼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라며 "기존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신규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을 원금분할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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